양곡법 개정 재추진, 막대한 재정 부담 숙제…의무 아닌 조건부 매입?

새정부 출범 이후 與 양곡법 개정안 9건 발의
의무매입 조항 탓 막대한 재정 투입 우려 커져
농경연 "2030년 연간 1조4000억원 소요 추산"

뉴시스
2025년 06월 13일(금) 10:32
[나이스데이]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막대한 재정 소요에 대응할 수 있을지를 두고 또 다시 '갑론을박'이 재연될 전망이다.

남는 쌀에 대한 정부의 '의무매입' 조항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벼농가 손해를 최소화하도록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의무적으로 쌀을 사들일 경우 과잉 생산이 반복될 수 있다. 의무매입 조항을 조건부 매입으로 전환해 발동조건을 높이는 방식이 절충안으로 제시된다.

13일 관련당국에 따르면 정부의 미곡 의무매입, 양곡 가격안정제 신설, 논 타작물 재배지원 등을 골자로 한 '양곡법 개정안' 9건이 발의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예고된 양곡법 개정 추진이 본격화된 것이다. 건전재정 기조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에서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두 차례 거부권이 행사된 바 있던 양곡법 개정은 이재명 대통령 집권으로 무리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추진된 양곡법 개정안은 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거나 시장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 또는 상승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가 시장 상황을 보고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는 현행법과 달리, 개정안은 일정 조건 충족 시 정부 개입을 법적 의무로 못 박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안정시키고 생산 기반을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개정 양곡법이 실현되려면 재정적 뒷받침이 핵심 조건이다. 하지만 수년째 이어진 세수펑크 등 나라곳간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매년 수조원의 재정을 투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지속 제기된 바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곡법 개정안을 시행할 경우 공급과잉 구조 심화에 따라 재정부담이 증가해 2030년에는 연간 1조40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민주당 역시 재정적으로 정책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막대한 재정 투입의 핵심 원인인 '의무매입' 조항을 손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정부가 양곡법 개정 재추진과 함께 쌀 감산에서는 강압성보다 자율성 부여를 택하는 등 이전 정부와는 정면 배치되는 정책을 추진할 전망이어서 농정 대전환이 가져올 부작용에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안병일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양곡법과 관련해 "정부의 개입도 필요하지만 시장 원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정해진 가격에 무조건 정부가 사들이는 방식보다는 시장을 고려한 탄력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농업 현장에서는 양곡법 개정 재추진 등 새 정부 농업 정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성명을 내 "양곡관리법·농안법·농업재해대책법·농업재해보험법 등 농업민생 4법을 재추진해야 한다"며 "벼 재배면적 강제감축, 농지규제 완화 등 반민중정책 또한 즉각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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