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변곡점'…소비쿠폰 등 30조 경기·민생회복 마중물[李정부 첫 추경]

정부, 19일 국무회의서 30.5조 규모 추경안 의결
민생·경기에 20.2조원 투입…세입경정 10.3조원
李 "경기 침체 지속…재정의 본질적 역할 할 때"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13.2조원 규모
건설경기 활성화 2.7조, 신산업 투자 1.2조 지원
소상공인 채권조정, 구직급여 확대 등 민생 지원도

뉴시스
2025년 06월 19일(목) 17:06
[나이스데이] 정부가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했다. 미국발 통상 전쟁과 소비·건설·투자 부진으로 성장 모멘텀이 급격히 둔화되는 상황에서 경제에 활력을 돌게 할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새 정부 출범 보름 만에 마련한 추경안이다.

이번 추경으로 인해 실제로 늘어나는 재정 지출은 20조2000억원이다. 경기 진작과 민생 회복을 위해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 쿠폰 지급,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취약 소상공인 채무 조정 등의 사업들을 추진한다. 나머지 10조3000억원은 올해 세수가 예상만큼 걷히지 않아 세입 예산 규모를 조정하는 '세입 경정'이다.

정부는 1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추경안은 오는 23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앞서 정부가 영남권 산불 대응과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마련한 13조8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은 지난달 1일 국회를 통과했다. 새 정부가 약 50일 만에 2차 추경에 나선 것은 최근 분기 성장률이 4개 분기 연속 0% 안팎에 머무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특히 작년 12월 3일 이후로 심리적 위축이 심해서 있던 손님도 얼마 안 되던 손님도 다 떨어져 나가서 현장에서 좀 어려워 한다"며 "국가 재정을 이제 사용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수입이 없는데 과도하게 마구 쓰면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부 재정의 본질적인 역할이 있지 않나"라며 "민간이 과열되면 억제하고, 민간 기능이 너무 과도하게 침체되면 부양해야 되는데 지금은 너무 침체가 심해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때라 추경을 조금 더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전날 추경안 발표 브리핑에서 "우리 경제는 변곡점에 서 있다. 현장의 어려움과 고통은 우리에게 지체 없는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며 "재정 투입이 늦어질수록 경기 반등은 지연되고 서민과 취약 계층의 어려움은 커 질 것이다. 경기가 우상향 경로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적기에 과감한 재정 투입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번 추경에는 신속하게 재원을 투입해 경기 '마중물'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들을 집중 배치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전국민 소비쿠폰 지급…경기진작·민생회복에 20조2000억원 투입

먼저 소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경기 진작 예산은 15조2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전 국민 1인당 15만~50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했다. 소비 쿠폰 지급에는 약 13조20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소득 상위 10% 15만원, 일반 국민 25만원, 차상위계층 40만원, 기초수급자 50만원 등 소득 수준별로 차등 지급한다. 쿠폰은 1차와 2차로 나눠 지급되고, 지역사랑상품권, 선불카드, 신용·체크카드 등으로 지급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할인 발행에 6000억원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지역화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9조원이 발행될 전망이다. 숙박, 영화 관람, 스포츠시설, 미술전시, 공연예술 등 5대 분야 소비 진작을 위한 할인 쿠폰 780만장을 제공하는 방안도 추경안에 담겼다.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조기 착공에 나서기로 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는 5조4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지방 건설사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준공전 미분양 주택 1만호를 2028년까지 매입한다.

신산업 육성과 투자 촉진을 위한 재원도 마련했다. 모태펀드 출자와 저리 융자 지원 확대로 유망 벤처·중소기업에 1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공급하고, 바이오·문화 등 6대 분야 인공지능 전환(AX) 확산을 위해 2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소상공인 회복 지원 등 민생 안정을 위한 예산은 5조원을 반영했다.

소상공인 등 취약 차주 140만여 명의 채무 경감을 위해 1조4000억원을 투자, '특별 채무조정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했다. 16조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을 매입·소각하고 새출발기금의 지원 대상과 원금 감면도 확대한다.

또 구직급여와 국민취업제도 지원 인원을 각각 19만명, 5만5000명 확대하는 등 고용안전망도 강화한다. 취약 계층을 위한 긴급 복지 지원을 2만 가구 이상 확대하고 무주택 청년·신혼부부에게는 공공임대주택 3000호를 추가 공급한다. 물가 안정과 식품업계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농축산물 가공 원료 구매 비용도 지원한다.

세입경정을 통해 10조3000억원 규모 세수 부족 전망도 예산에 반영했다. 올해 세입 예산안보다 법인세는 4조7000억원, 부가가치세는 4조3000억원, 교통세는 1조1000억원, 개별소비세는 9000억원, 교육세는 3000억원씩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입경정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수가 급감한 지난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국채 발행 늘어 국가채무 1300조 돌파…"지금은 재정이 마중물 역할 할 때"

정부는 추경 재원(30조5000억원) 마련을 위해 19조8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또 지출 구조조정 5조3000억원, 기금 가용재원 활용 2조5000억원,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조정 3조원 등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번 추경 편성으로 올해 총지출은 702조원으로 전년(687조1000억원) 대비 6.9% 증가하게 된다. 지출이 늘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GDP 대비 3.3%에서 4.2%로 상승한다. 또 국채 발행 증가로 올해 말 국가채무는 1300조원을 넘겨 GDP의 49.0%에 달할 전망이다.

새 정부는 재정 건전성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 소비와 투자 활성화가 성장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추경을 통해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p)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 차관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운영할 생각이지만 민생의 어려움이 너무 심각한 만큼 재정이 경제 선순환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제적 여건을 봤을 때 재정준칙을 엄격하게 지키는게 오히려 지금 단계에서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경의 직접 효과 외에도 새 정부 의지, 그리고 국민이나 기업 심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훨씬 더 큰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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