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저가 밥상' 찾는 직장인·학생…"편의점서 간단하게"

외식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에 시민은 점심값 부담 호소
한 끼 3000원에 제공하는 '청년밥상문간'에 방문객 늘어
전문가 "이어진 고물가에 외식물가 상승은 '추가' 부담"

뉴시스
2025년 06월 20일(금) 11:16
[나이스데이] "하루 두 끼는 바깥에서 먹는데 아무리 식비를 졸라매도 적금을 깨게 생겼어요.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은행 앱을 열고 (적금 해지를) 누를까말까 하루에 수십 번을 고민해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권모(31)씨는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 지갑 사정이 좋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름 야채 같은 건강식을 찾아 먹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삼각김밥에 작은 컵라면으로 때우는 날이 많아졌다"며 "자연스럽게 탄수화물, 밀가루 섭취량이 늘어나니까 얼굴에 여드름도 자주 난다. 돈도 없는데 더 스트레스 받는다"고 털어놨다.

1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점심 식사 물가가 크게 오르는 '런치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학생과 직장인이 저가 식당이나 편의점을 찾고 있다.

한모(29)씨는 "월세랑 관리비를 합해서 한달에 100만원이 넘게 나가는데 한번 나가서 제대로 한 끼 식사를 하면 2~3만원씩 훅훅 식비로 나가 가계 부담이 크다"면서 "집에서 해먹으려고 해도 물가가 너무 올라서 해먹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끼니를 거르거나 편의점 음식으로 간단히 먹는 일이 늘어났다고 회고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먹거리 물가는 25%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을 기준(100)으로 지난달 외식 부문 소비자물가지수는 124.56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도 116.27로 상승했다.

이에 대학생과 직장인은 편의점 도시락을 비롯해 저렴한 식사를 찾는 모양새다.

그 때문에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청년밥상문간 슬로우(대학로)점에는 저렴한 한 끼를 먹으려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청년밥상문간'은 고시원에서 굶주림 끝에 삶을 달리한 청년의 안타까운 사연을 계기로 2017년 설립돼 김치찌개 한 끼를 3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식사를 마친 박모(30)씨는 "요새 어쩌다보니 약속이 늘어서 바깥에서 매일 밥을 먹다보니 식대가 부담돼서 찾아왔다"면서 "가격이 착하고 맛도 좋다. 앞으로도 자주 오게될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인근 피자집에서 일하는 지혁진(23)씨는 "주변 음식점보다 많이 저렴하고 가깝다보니 일주일에 한번은 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점장인 이지혜(36)씨는 "고물가 시대이다보니 손님 숫자가 엄청 많아졌다. 저희 매장뿐 아니라 모든 지점에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난해 여름하고 올해 여름하고 손님 수 차이가 굉장히 크다. 보통은 더우니까 김치찌개를 잘 안 먹으려고 하는데 올해는 찾는 사람이 유독 많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슬로우점이 판매한 김치찌개는 3313그릇으로, 모든 지점(정릉점·낙성대점·슬로우점·이화여대점·안산점)을 합하면 1만2958그릇이 '3000원 김치찌개'로 제공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바자학과 명예교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록 교통비와 점심 값을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외식비를 절감을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직장인도 그렇고 학생도 바깥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 끼에 1000원만 비싸져도 한달로 치면 2~3만원이 추가 된다. (이미) 부담스러운 지출에 부담이 더해지는 것"이라며 당분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외식을 한다는 것은 바깥에서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인데 지출을 줄이기 위해 편의점을 가거나 학생식당을 이용할 수는 있더라도 그 이상 더 줄이기는 쉽지가 않다"며 "건강하고도 직결되니까 안 먹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생과 직장인 중 일부에게 런치플레이션의 영향이 크게 미친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에 녹아든 경제적 불평등과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양극화가 지속되거나 심화하면 평균 이하의 소득을 받는 사람한테는 더 고통스러운 일이 된다"며 "그런 차원에서는 단순히 물가가 올랐다고만 볼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양극화 현상이 체감상 더 심화하고 있다는 사례"라고 전했다.

그는 곡물 작황, 환율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외식 물가가 오른 부분이 있지만 일부 계층은 미흡한 소득 재분배로 인해 그 부담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고르게 소득이 배분되지 못한 부분과 관련해 이를 풀어갈 정부의 정책적 공간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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