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줄어드니 가격 올리는 학원·조리원…"저출생 악순환" 저출생으로 수요 위축에 가격 올려 매출 보존 뉴시스 |
2025년 06월 24일(화) 1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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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소비 환경 변화에 따른 소호 업종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소호 시장에서는 영유아 관련 업종이 위축되면서 매출 보전을 위한 가격 인상이 함께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연구소가 하나카드 데이터사업부와의 협엽을 통해 2019~2015년 신용·체크카드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소매업, 음식점업, 서비스업 등 소호(소상공인, 개인사업자, 자영업자) 세부 업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영유아 관련 대표 업종인 산후조리원의 경우 2022~2024년 가맹점 수가 연평균 4.0% 감소한 반면 건당 카드 승인금액은 연평균 2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인 총액은 2.9% 증가했다.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양극화 현상은 심화됐다. 서울시 산후조리원 중 이용요금이 가장 비싼 곳은 강남구 A조리원으로 특실 기준 4020만원이었다. 반면 송파구 B조리원은 209만원(일반실)으로 20배 가량 차이가 났다.
입시 보습학원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카드 승인건수는 2.8% 줄어들었으나, 건당 금액은 14.7% 증가했다. 승인총액도 11.5% 늘었다. 예체능 계열학원도 승인건수가 3.7% 줄어든 데 반해 건당금액과 승인총액이 각 9.1%, 5.1% 증가했다. 업체들이 줄어든 수요를 가격 인상으로 메운 결과다.
소아과, 아동복 판매점 등에서도 수요 위축과 가격 인상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가격 인상은 필수재적 성격이 강한 의료와 교육 부문에서 두드러졌다"며 "시장 위축과 가격 인상에 따른 출생아수 감소, 사업체 감소와 가격 인상, 점포 접근성 저하, 육아비 상승 등으로 또 다시 저출생이 반복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출생을 비롯해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으로 '돌봄' 업종은 확대 추세를 보였다. 약국 매출은 2019~2024년 연평균 7.4% 증가했고, 요양병원도 2020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전년 대비 19.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시장 확대로 애완용품점도 같은 기간 연평균 6.8% 성장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동물병원도 9.6%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나타냈다.
타인에 대한 돌봄뿐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셀프 케어' 시장도 호황세다. 소규모 가구가 늘어난 가운데 개인화,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영향이다. 헬스클럽 업종은 2019~2024년 매출액이 연평균 14.4% 성장했고, 피부과는 연평균 14.4% 증가했다. 신경정신과도 같은 기간 매출액이 연평균 14.0% 늘었다.
세대별 소비 특성에 따라 시장의 패러다임도 급격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령화 시대에 자신을 가꾸거나, 제2의 직업을 찾아 준비하는 50~60대 '액티브 시니어'가 소호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피부관리' '기술학원' 등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냈다.
피부·체형관리 서비스업 매출액은 2022~2024년 연평균 12.0% 성장했고, 직업 훈련 학원 매출액 지수도 2022년 저점 이후 2년간 연평균 8.8% 증가했다. 여행사 매출액 지수도 같은 기간 연평균 71.1% 성장했다.
20대의 소비는 새로운 유행에 민감했고 트랜드 변화가 빠르게 나타났다. '인생네컷' 등 셀프 사진관이 인기를 끌면서 사진관 업종 매출액이 2022~2024년 연평균 6.6% 성장했다. 코인 노래방의 인기로 노래방 업종도 같은 기간 연평균 5.7% 성장했다. 다만 최근 낮은 단가(500~1000원)와 인기 둔화 등으로 20대 매출액 비중이 다소 축소된 모습을 보였다.
김문태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커머스의 성장, 외식의 감소,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수요 세대의 전환 등으로 소비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소호 시장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며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는 업체와 대응력이 미흡한 업체 간의 실적 차별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 위축에 따라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기에 놓인 소호에 대해 세부 업종별 소비 환경과 경쟁 상황에 적합한 맞춤형 상생 지원책을 통해 효과적인 안정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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