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 잡은 송미령, 그간 행보에 유임 배경 있다…농정 철학 확고 김밥 국무회의서 30분 토론한 이재명-송미령 뉴시스 |
2025년 06월 26일(목) 11:15 |
|
그간 양곡관리법 등 더불어민주당의 주요법안에 반대를 해온 만큼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향후 어떻게 절충안을 마련하느냐가 그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송미령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과거 '농망법' 표현에 대해 사과하고 주어진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농망법 표현에 대해 "(법안이) 부작용을 낼 수 있는 측면이 있어서 다시 한번 재고하자는 절실함의 표현이었다. 표현이 거칠었던 점에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했다. 일부 의원의 자진사퇴 촉구에는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김밥 국무회의서 30분 토론한 이재명-송미령
송 장관이 전 정권 장관으로서 유일하게 유임된 데는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 이 대통령이 당선 후 수차례 진행한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과의 토론을 통해 많은 공감을 했다는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 후 지난 4일 첫 국무회의를 긴급소집했는데, 각 부처는 A4 두 장의 보고서를 제출하고, 부처별 현안 보고를 했다. 이날은 김밥 한 줄로 점심을 대신하며 4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는데, 19명의 국무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 대통령은 30분가량 송 장관과 대화했다고 한다.
당시 물가 안정 방안,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온라인 도매시장 구축, 기후변화 대응 대책, 산불 대응, K-푸드 성과, 쌀값 안정 방안 등이 논의됐다.
특히 정부의 쌀 의무매입을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송 장관에게 한 질문에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양곡법을 몇 번 거부했느냐", "대안이 무엇이냐" 등 질문 세례를 했고 이에 송 장관은 "쌀값 안정은 누구나 동의하고 저도 반대하지 않지만, 의무매입은 부작용이 있으니, 사전에 쌀을 심지 않게 하는 유인책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쌀을 고품질화해야 하고, 전통주로도 만들어야 한다" 등의 그간 정책의 취지를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이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고, 당시 기재부 차관에게 쌀을 대체할 수 있는 작물에 예산을 많이 넣어주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양곡법 개정 절충안…조건부 매입 방안 제시
송 장관은 양곡법의 대안으로 조건부 매입 방식을 제시했다. 사전에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조건으로 정부가 초과생산량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농해수위 법안소위에는 송 장관의 제안과 유사한 재배면적 조정과 시장격리를 연계한 법안(윤준병 의원안·문대림 의원안)이 상정돼 있다.
송 장관은 전날 '해당 법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느냐'는 질의에 "재배면적 조정이 사전적으로 돼야 한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드렸다"고 언급했다.
여당이 추진해 온 농산물가격안정법(농안법) 역시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채소가격안정제와 같이 사전에 수급을 조절하는 조건을 두는 방식으로 절충의 여지가 있다.
◆초과 생산 쌀 의무매입 재정여력 줄어든 정부에도 부담
송 장관을 유임한 데는 이재명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이 깔려 있다. 실용주의 노선과 여야 통합, 여성 국무위원 등의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향후 재정부담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 당시 민주당이 주장한 양곡관리법 등 농업4법 원안은 막대한 재정투입을 요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양곡법 시행 시 공급과잉으로 재정부담이 증가해 2030년에는 연간 1조40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경기 진작과 민생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추경으로 재정을 끌어다 쓰는 상황에서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모두 의무매입하는 법안은 재정여력이 떨어진 정부에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또 농해수위 출신의 여당 의원을 장관으로 앉혀도 지역구 농업계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농정의 연속성과 통합의 메시지를 내면서 주요 농업 법안의 절충안을 마련하는 데 송 장관이 적임자라는 평이다.
더불어 송 장관은 재임 기간 동안 농업의 미래 청사진을 담은 대책을 주요하게 발표해왔다. 농업인력의 세대교체, 쌀 산업구조 개혁, 농지제도 개편, 농촌공간의 전환, 기후변화 대응책 등을 학자 출신으로서 비전을 담아 제시하고자 했다. 실용적 업무 접근 방식과 부드러운 소통은 송 장관의 강점으로 꼽힌다.
농식품부 노동조합은 전날 성명을 내 "그간 쌓아온 농정 경험과 정책에 대한 전문성, 성실함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국민과 농업인의 신뢰를 다시 세우고 농식품부를 건강하게 이끌어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농업단체·여야 등 갈등 조정, 송 장관 스스로 풀어야할 숙제
농업계에서도 전농을 제외한 다수의 농업인 단체들이 이례적으로 송 장관의 유임에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한종협)와 한국농축산연합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그간 농업현장을 경청한 행보라면 이재명 정부의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고 평했다.
다만 농업계 일각에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내고 있어 이를 풀어가는 것 역시 송 장관의 과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사회적 갈등과 충돌은 유임된 장관이 직접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특히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송 장관의 유임 결정 철회를 촉구하면서 트랙터 시위를 예고했다.
정부 관계자는 "송 장관이 산을 넘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래도 농민단체 중에서 전농은 반대를 했지만 다른 단체들은 그동안 합리적으로 일 해온 장관으로 보고 환영 성명서를 냈다"며 "송 장관은 그간 농업의 미래를 위해서 비전을 제시하면서 열심히 일해온 게 기저에 깔려있다"고 언급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