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문가들마저 퇴직연금 소극적 운용…당국 "솔선수범 보여달라" 고용부·금감원, 퇴직연금 사업자들 소집 뉴시스 |
2025년 06월 27일(금) 1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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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27일 오전 금융투자협회에서 퇴직연금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DB형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DB형은 근로자가 스스로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달리 회사가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을 운용·관리해주는 제도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431조7000억원 중 DB 퇴직연금이 절반이 넘는 214조6000억원을 차지하고 있지만, 수익률은 회사의 소극적 운용 탓에 지난해 4.04%에 불과했다. DC형은 5.18%,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5.86%다. 기업들의 소극적 DB 운용이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확정된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로 수익률 변동이 근로자 급여 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지만, 수익률이 낮을수록 기업의 적립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고용부와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 퇴직연금 사업자 42개의 관련 부문 임원뿐 아니라 자체 DB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는 경영관리부문 임원도 함께 참석하도록 했다. 금융 전문가인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자사 DB를 합리적으로 운용하고 있는지 살피고 보다 적극적인 운용을 당부하기 위해서다.
사업자들 중 증권사 2곳은 퇴직연금을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도록 DC형으로만 100% 운용 중이다. 증권사 직원인 만큼 스스로 퇴직연금을 적극 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DB 제도를 운영하는 총 42개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운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37개사는 적립금 90% 이상을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 중이었다. 수익률도 4.37%에 불과해 전체 평균(4.04%) 수준이었다.
한국투자증권만이 자사 DB 적립금 30% 이상을 실적배당형 상품에 적극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년 수익률도 평균 대비 2.5%p 높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발표를 맡아 회사가 자산운용, 리스크관리 부서장을 적립금운용위원회로 선정하고 사내 운용 전문 부서를 자문조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중장기 자산배분 계획을 토대로 대체투자 주식, 채권 등 다양한 실적배당형 상품에 적립금의 70% 정도를 분산투자하고 있다.
서재완 금감원 부원장보는 모두발언을 통해 사업자들에게 자체 DB 적립금을 먼저 합리적으로 운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각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금융 전문가에 걸맞은 자산배분 계획을 세워서 실적 배당형 상품에 적극 투자하고, 담당 임직원에게 장기 성과에 연동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이런 자체 노력을 바탕으로 사업자는 퇴직연금 수탁자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고객(사용자)들에게 체계적인 자산운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등 기업의 금융멘토가 돼 기업들의 전략적 DB 운용을 독려해달라"고 언급했다.
이날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사업자로서 고객 DB 운용을 자문한 사례를 소개했다. 적립금 운용이 어려운 기업이라면 퇴직연금 사업자와 교류를 통해 금융 전문가의 자산운용에 관한 조언과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감원은 DB형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이번 사업자 대상 세미나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DB형 퇴직연금 운용 관련 간담회를 계최할 계획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