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편견 헌터스…블랙핑크, '걸그룹 여성서사' 지속가능성 증명 5~6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서 1년10개월 만에 완전체 콘서트 뉴시스 |
2025년 07월 07일(월) 10: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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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가 약 1년10개월 만에 펼친 완전체 콘서트 투어에서 보여준 면면이다.
블랙핑크가 6일 오후 경기 고양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펼친 새 월드 투어 '블랙핑크 월드 투어 인 고양'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아니 '케이팝 편견 헌터스'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멤버들이 기존 편견을 잡아내고 존재감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블랙핑크의 이번 새 월드투어 타이틀은 '데드라인(DEADLINE)'. 사전적으로 마감 기한이라는 뜻을 지녔다. 맥락상 멤버들의 솔로 활동의 1막이 마감됐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네 멤버들은 이번 투어 전 각각 독립 레이블을 차리거나 다른 소속사로 이적해 발매한 솔로 앨범으로도 세계 음악시장에 존재감을 굳혔다. 로제 '로지', 지수 '아모르타주', 리사 '얼터 에고', '루비' 제니 등 각 앨범으로 호성적을 거뒀다.
블랙핑크 각자 솔로활동을 살펴보면, 개성과 화법은 모두 다르지만 단체 활동 이후 본격적인 첫 솔로활동 시기였던 만큼 우선 에고(Ego) 찾기로 수렴됐다.
로제는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아파트'가 각종 차트에서 K팝 여성 가수 신기록을 쓰면서 거물이 됐다. 지수는 연기 활동도 병행하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리사는 세계적인 가수들과 협업하며 주목도를 더 끌어올렸고, 미국 대형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솔로로 올랐다. 역시 코첼라에서 솔로 공연한 제니는 NME, 롤링스톤, 빌보드 등으로부터 벌써 올해의 앨범 주인공으로 낙점, 셀럽을 넘어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다. 그렇게 자신들에게 덧씌워진 편견을 스스로 깨뜨린 것이다.
이날 2~3곡씩 들려준 솔로 무대도 역시 그랬다. 일부에서 자신들의 약점으로 지목했던 그 부분들을 장점으로 승화해냈다. 지수는 '얼스퀘이크'와 '유어 러브'로 호흡의 강약 조절을 통해 우아함을 선보였다. 리사는 '뉴 우먼'과 '록스타'로 유연함은 물론 다양한 색깔을 꺼내놓았다. 제니는 '만트라' '위드 더 IE'로 열기를 달구고, 마침 완전히 땅거미가 진 이후 선보인 '라이크 제니'로 객석을 '제니 연호 물결'로 뒤덮었다. 이제 제니에겐 다른 이미지보다 음악성이 앞선다. 로제는 '3AM' '톡식 틸 디 엔드'에 이어 들려준 '아파트'로 떼창을 이끌었다. 그녀는 가창력은 물론 스타성까지 갖춘 글로벌 스타다. 특히 '아파트'를 부를 때 화려한 불꽃이 주변 실제 아파트 위를 수놓았다. 로제는 지난 4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일부 회차에 게스트로 나와 크리스 마틴과 '아파트'를 들려주기도 했다. 블랙핑크 팬덤 '블링크'는 완전체 무대는 물론 각자 솔로 무대마다 크게 반응했다.
사실 블랙핑크 완전체도 색안경을 낀 이들에 맞서는 행보였다. 이들은 지난 2016년 8월8일 더블 타이틀곡 '휘파람'·'붐바야'를 내세운 싱글 '스퀘어 원(SQUARE ONE)'으로 데뷔했다. 2022년 정규 2집 '본 핑크'로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 '빌보드 200'과 영국 오피셜 앨범차트 톱100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최정상 걸그룹이 됐다. 두 차트를 동시에 거머쥔 K팝 그룹은 블랙핑크와 '방탄소년단'(BTS)뿐이다. 또 지금까지 K팝 그룹 중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곡을 가장 많이 올린 그룹은 방탄소년단(27곡)인데 블랙핑크가 9곡으로 뒤를 따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블랙핑크는 '백화점 1층 점령 그룹'으로 불렸다. 셀럽 등의 이미지가 강해 실력 등의 측면에선 평가절하됐다. 그러다 2023년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앤드 아츠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등을 맡으며 명실상부 최강 걸그룹이 됐다.
이후 솔로 활동 기간을 거쳐 그룹 활동의 2막의 신호탄을 쏜 이번 투어는 이 팀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하게 해줬다. 팝계 거물이 된 지금도 잠재성이 여전하다는 걸 보여주며 'K팝 걸그룹 여성서사'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해나가고 있다.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K팝 걸그룹에 대한 인식 지평을 넓혀준 것이 이들의 업적이기도 하다.
블랙핑크는 올해 10년차를 맞았다. K팝 걸그룹로는 드물게 이 연차까지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오래됐다는 건 극복된 것이다. 여러 편견에 고군분투한 멤버들의 내면이 정제돼 자신들의 언어를 갖게 됐다.
특히 히트곡이 많다는 건 블랙핑크의 최강점. '킬 디스 러브'로 시작한 이날 공연에서 '핑크 베놈' '하우 유 라이크 댓' '불장난' '셧다운' '휘파람' '스테이' '러브식 걸스' 등을 들려줬는데, 익숙하지 않은 곡이 하나도 없었다.
2년8개월 만의 신곡 '뛰어'(JUMP)도 크게 주목 받았다. 초반에 웨스턴 풍의 사운드로 달리다, 이내 힙합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풍으로 바뀌는 이 곡은 중독적이었다. 밤 기온이 25도를 기록하는 등 폭염에 팬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이 곡에 맞춰 계속 점프를 했다. '뛰어'는 다음 주 음원으로 나온다.
'점프' 이후 들려준 '뚜두뚜두' '마지막처럼' '포에버 영'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블랙핑크는 러닝타임 2시간 동안 솔로 곡 포함 25곡을 들려줬는데 군더더기가 없었다.
현재 네 멤버가 블랙핑크 활동을 할 때만 협업하는 YG엔터테인먼트와 호흡이 여전히 차지다는 방증이다. YG는 지난 4일부터 남산서울타워, 세빛섬, 반포대교 등을 핑크빛 조명으로 꾸미며 블랙핑크 완전체 컴백 홍보 활동에 크게 힘을 싣고 있다.
또 블랙핑크와 YG는 이번 월드투어 개최에 앞서 UN 산하의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IOM)와 평화-신재생 에너지 공급 인증서(이하 P-REC, Peace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구매 협약을 맺었다.
P-REC는 분쟁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 에너지에 대한 국제 인증서다. YG와 블랙핑크는 이번 협약을 통해 투어에서 사용한 일부 전력 사용량을 P-REC 구매로 상쇄한다. 구매 전액은 해당 전력 생산지인 남수단에 재투자, 내전으로 평화를 위한 인도적 지원과 재건이 필요한 고등교육 기관의 전력 공급에 사용된다. 총 16개 도시·31회차에 걸쳐 진행되는 '데드라인'에서도 공연 전 영상을 통해 지속가능공연을 위한 대중 인식 재고를 이어간다.
이번 콘서트는 전날에도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각각 3만9000명씩 총 7만8000명이 양일간 운집했다. 방탄소년단 제이홉, 르세라핌, 아이브 원영·가을·이서 등이 객석에서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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