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7년 만에 표결 없었다…민주노총 퇴장에 '반쪽' 합의 내년 최저임금 2.9% 오른 1만320원 뉴시스 |
2025년 07월 11일(금) 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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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0일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6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이번 합의는 노사 대립 구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의 꾸준한 합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7번째 심의에 참여하고 있는 공익위원 간사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3차회의에서 "공익위원 소임을 마무리하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은 노사합의로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는 것"이라며 "올해는 한 뜻으로 최저임금을 합의 처리 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9차회의에선 "노사의 주장이 합의를 위한 수준까지 좁혀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는 등의 적극적 개입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가 언급한 공익위원의 심의촉진구간은 노사가 이견을 더 이상 좁히지 못할 때 심의 속도를 올리기 위해 제시된다.
이에 따라 노사는 제8차 수정안까지 제출하며 차이를 720원까지 줄였지만, 추가 수정안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결국 촉진구간을 요청했다. 심의촉진구간은 1만210원~1만440원으로 나왔는데, 이 때부터 협상의 진통이 시작됐다.
노동계는 상한선인 4.1% 인상이 역대 정부 첫해 인상률과 비교했을 때 저조하다며 반발했다. 특히, 이들이 '반노동'으로 평가하는 윤석열 정부 첫해인 5%보다 낮다는 근거를 들었다.
노동계를 대표해 심의에 참여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촉진구간 철회를 촉구했다.
하지만 공익위원들은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악화되고 있는 경제지표를 고려했을 때 사용자에 편향된 안이 아닌, 객관적인 기준에서 정해진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심의촉진구간을 인정할 수 없다며 퇴장했으며 한국노총 소속인 5명은 심의과정에 남았다.
이후 노사는 10차 수정안까지 제출하며 간극을 200원까지 좁혔다. 차이가 비교적 줄어든 만큼, 예년처럼 표결에 부쳐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예상과는 달리 올해 심의에선 표결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일은 없었다. 앞서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권순원 교수는 "표결로 결정하는 경우 노사 주장 가운데 일방의 주장이 배타적으로 선택되어 배제된 측에 손실이 크다"고 합의를 최대한 유도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최저임금 결정 방식은 합의가 아닌 심의촉진구간에 이은 표결이다.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합의로 의결된 심의는 단 8번뿐이다. 마지막 합의가 17년 전인 2008년이었다.
공익위원의 꾸준한 설득이 노사 합의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공익위원과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합의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반쪽짜리' 합의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은 이번 합의를 두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저력이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면서도, 민주노총의 퇴장과 관련해선 "그분들께 충분한 신뢰를 드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달리 합의를 결정한 한국노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심의촉진구간이 사용자 측에 유리하게 나온 상황은 맞지만, 표결에 들어갈 경우 그것보다 더 낮은 인상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일단 합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위원들은 "내수침체 장기화로 민생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고심 끝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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