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수사 도입해 마약 공급책 소탕…중독, 치료·재활로 극복

전체 마약사범 60% 이상이 청년층
비대면 유통 확산 속 위장수사 도입 논의
전문가들 "처벌보다 지속적 치료와 일상 회복 설계가 관건”
"사회적 낙인·사후관리 부재가 재범 불러…회복 구조 절실"

뉴시스
2025년 07월 15일(화) 10:44
[나이스데이] 마약범죄가 조직화되고 수법이 지능화되면서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공급망을 추적하기 어려운 수사 구조와 처벌 위주의 대응 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장수사 제도화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과 함께 예방·재활 중심의 정책 전환 필요성도 제기된다. 뉴시스는 법조계, 수사 실무, 중독 치료 전문가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 제도의 한계와 개선 방향을 짚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4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마약류 사범 2만2176명 중 10~30대가 차지한 비중은 61.1%였다. 2021년(50.8%)보다 10.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인터넷을 통한 유통 등 비대면 마약 사범은 전체의 30.4%에 달했다. 전체 마약범죄자 3명 중 2명이 청년층이며, 그중 1명은 온라인으로 마약을 구매한 셈이다.

이에 경찰은 마약을 주요 민생범죄로 규정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하선 위주 단속의 한계는 여전하다. 대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투약 사범은 전체의 74.1%에 달했고 유통·판매 사범은 16.5%에 불과했다.

◆'하선 위주' 수사 현실…"공급책 잡으려면 위장수사 도입해야"

최근 마약 유통은 텔레그램, 다크웹, 가상화폐 등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마약 판매가 은밀하고 단절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신원 확인 자체가 어려운 구조"라며 "기존 수사기법으로는 공급책까지 추적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선 "상선을 추적하려면 하선에 섞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된다. 실제로 공급책과 자금책은 외국에 거점을 두거나 대포폰·가상계좌 등을 활용하기 때문에 하선을 가장해 내부에 접근하지 않으면 수사 단절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 수사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직적 마약 거래를 끊으려면 일회성 단속으론 부족하다"며 "잠입 수사 등 '함정 수사' 외의 위장 접근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문제도 심각하다"며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고려할 때, 공급책 차단과 함께 사회적 인식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장수사에는 법적·인권적 우려가 제기된다. 방정현 법무법인 동진 변호사는 "위장수사는 위법수집 논란이 크고 법적 요건 없이 활용되면 피의자 방어권이 무력화될 수 있다"며 "실제 과거 경찰이 신분을 위장해 진행한 수사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기관 면책을 전제로 한 제도화는 자칫 인권 침해와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급책에 대한 형사적 대응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상균 교수는 "중간 유통책들은 반복 가담하며 금전적 이득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 단순 투약자와는 별개로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약은 질병"…예방·회복 지원 체계 시급

정부는 지난 2023년 12월 발표한 '제2차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지역사회 기반 치료·재활, 보호관찰 확대, 심리상담·중독예방 캠페인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과 체계 미비 등으로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낭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건소나 재활시설 등 현장에는 전문 인력도 부족하고, 마약 중독자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표준화된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현장 실행 단계에서 무력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마약 대응이 처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치료·재활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낭희 부연구위원은 "마약은 범죄가 아닌 질병으로 접근해야 한다.치료 의지와 지속 관리를 중심으로 한 통합지원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며 "약물 치료 외에도 주거, 직업, 관계망 회복 등 일상 적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중독자에 대한 사후 관리가 사실상 부재한 수준"이라며 "퇴소 후 일상 복귀를 돕는 자조모임, 회복자 네트워크 연계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국제 공조 수사의 한계도 재활·예방 중심 정책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김 부연구위원은 "공급책이 해외에 있고 유통망도 국제화돼 있어 국내 단독 수사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결국 중독자를 줄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낙인 해소와 미디어 역할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김 부연구위원은 "회복자들이 자신 있게 회복 경험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미디어가 선정적 서사보다는 예방 중심 스토리텔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의자 인권 보호 문제도 제기된다. 김상균 교수는 "연예인 마약 사건에서 피의사실 공표가 낙인을 강화시켜 극단 선택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며 “수사기관의 정보 관리가 더 엄격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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