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빌미 농축산물 시장 개방 압박…과일·소고기 협상 카드? 여한구 "선택과 결정의 시간…농산물 전략적 판단해야" 뉴시스 |
2025년 07월 16일(수) 1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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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하면서 대표적으로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해제'와 '쌀 시장 추가 개방'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 측에선 식량 안보를 이유로 쌀 대신 소고기와 사과 시장을 개방할 수 있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지금은 20여일이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다. 랜딩존을 찾기 위한 협상을 본격화하면서 주고 받는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한구 통상본부장은 한미 관세 협상이 큰 틀에서의 양국간 합의를 이끌어내고 향후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실무 차원에서 조율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선 농산물 개방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우리가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며 "민감하고 지켜야 할 부분이 있는 만큼 지킬 것은 지키되 협상 전체의 틀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를 우선적으로 염두했다면 '농축산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야 하는데 이날 여 본부장은 농산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농산물 특정 품목에 대한 개방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사과 시장 개방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는 예상도 나온다. 최근 여 본부장이 수입 농축산물 검역을 맡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미국산 사과 수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 요소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상적으로 7월부터 햇사과 출하가 시작되고 가을에는 부사 등 주요 산지에서 사과가 출하된다. 출하된 사과는 소비자에게 모두 향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을 했다가 이듬해 햇사과 출하기까지 공급을 조절하며 유통된다.
산지에서 생산된 사과는 공판장과 도매상, 중·도매인을 거쳐 소매상에 도착한 뒤 소비자에게 향하는 구조로 거래되기 때문에 산지 가격대비 소비자 구입가격은 평균 3배 이상 높은 상황도 발생한다.
올해의 경우 사과 주산지인 안동·청송·의성·영양·영덕 등 경상북도 북부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하면서 사과 생산량이 예년 대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일 수 있고 금사과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산 사과 수입을 본격화하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금(金)사과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는데다 국민들의 선택권도 넓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관세율 인하를 위해 우리가 사과 시장을 개방했다는 명분도 생긴다.
미국으로서도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 사과 시장을 개방한 국가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미국은 1993년 우리나라에 사과 수입을 위한 위험 분석을 신청했지만 32년째 8단계 검역 절차 중 2단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고기 시장 개방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나라에 30개월 이상 소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배경 중 하나는 일본·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이미 월령 제한 조치를 해제했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30개월 이상 소고기 시장을 개방할 경우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명분과 함께 월령 제한 조치로 미국산 제품 수입량을 늘리면서 한미간 무역 균형을 맞추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전향적인 검토를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과와 소고기 시장 개방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며 "한미간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시간"이라면서도 "과수와 축산 농가의 반대가 심한 만큼 통상당국이 시장 개방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 부처와 국회의 목소리를 듣고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