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노설' 실체 확인한 해병특검…'尹 지시' 규명 탄력[3대특검 중간점검]

"尹 화냈다" 진술 확보…위법 지시로 수사 확대
구명로비 의혹, 기독교계·군 인맥 확대…소환 임박
국방부 외압 과정 전반 개입했나…괴문서 수사도

뉴시스
2025년 07월 28일(월) 10:50
[나이스데이]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이 수사 초반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를 확인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격노한 이후 수사 이첩 과정에서 위법한 후속조치를 지시했는지를 규명하는데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건과 연관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국방부 괴문서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尹 화냈다" 진술 확보…위법 지시로 수사 확대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수사 외압 의혹의 단초가 된 'VIP 격노설'에 관한 실체를 상당 부분 확인했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열린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며 격노해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하는 등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수사 초반 당시 대통령실 회의에 참석한 인물들을 소환해 격노설에 대한 실체 파악에 나섰다.

특검팀은 당시 회의에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까지 총 7명이 참석했다고 특정했다.

특검팀의 조사가 시작되자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의 격노설을 부인했던 관계자들이 잇따라 입장을 바꿔 '윤 전 대통령이 화를 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김태효 전 차장과 이충면 전 비서관, 왕윤종 전 비서관 등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당시 회의에서 보고를 받고 화를 냈다고 인정했다.

또한 격노설을 부인해왔던 주요 관계자인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역시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화를 냈다고 실토했다.

특검팀의 향후 수사는 당시 회의에서 화를 낸 윤 전 대통령이 수사 과정에 개입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확인한 만큼 이에 대한 위법한 후속조치가 진행됐을 것이라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실제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실 회의 직후 '02-800-7070'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김 전 사령관에게 해병대 수사단의 언론 브리핑 취소 및 사건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해당 번호의 발신인이 윤 전 대통령이었다고 시인했다. 다만 '격노는 없었고 군을 걱정하는 통상적인 업무 전화'라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을 소환해 조사한다. 박 전 보좌관은 해병대에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혐의자를 축소하라는 지침을 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검팀은 최근 박 전 보좌관이 사건을 다시 검토하던 국방부 조사본부에도 혐의자를 줄이라는 지침을 전달하라고 압박한 녹취록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구명로비 의혹, 기독교계·군 인맥 확대…소환 임박

특검팀은 지난 2일 수사 개시를 선언함과 동시에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임성근 전 사단장을 불러 조사했다.

구명로비 의혹은 2023년 7월 해병대원 순직사건 이후 수사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 등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처벌받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순직한 해병대원의 소속 부대장이었던 임 전 사단장은 박정훈 대령이 이끈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에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됐지만 사건 회수 이후 이뤄진 국방부 재조사에선 피의자에서 제외됐다.

특검팀은 처음 구명로비 의혹이 불거진 '멋쟁해병' 단체 대화방 관계자를 비롯해 기독교계와 군 인맥 등으로 수사를 넓혀가고 있다.

구명로비 의혹은 김 여사의 측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멋쟁해병' 단체 대화방에서 "VIP에게 얘기하겠다"고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확대됐다.

해당 단체방에는 이 전 대표와 대통령 경호처 출신 송모씨, 현직 경찰관 최모씨 등 5명의 해병대 전역자가 참여했다. 특검팀은 '멋쟁해병' 단체 대화방이 구명 로비의 주요 통로가 됐을 것으로 보고 대화방 참여자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특검팀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임 전 사단장 부부가 기독교계 인사들에게 구명을 요청한 정황을 파악해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 백명규 해병대 군종목사,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등에 대해 최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특검팀은 이들이 대통령실과 임 전 사단장을 이어주는 중간 고리 역할을 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은 통화 내역을 공개하며 기독교 인사들에게 구명을 청탁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엇다. 수사 대상이 된 이 목사 측도 특검팀의 무리한 수사라는 입장이다.

또한 구명로비 시도가 윤 전 대통령의 군대 내부 인맥 등에도 이뤄진 것으로 보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이자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장을 역임한 고석 변호사도 구명로비 의혹에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고 전 변호사가 김 전 사령관과 임 전 사단장과 접촉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한 이후 관련 정황이 드러난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국방부 외압 과정 전반 개입했나…괴문서 수사도

특검팀은 대통령 격노와 수사 외압이 허구란 내용이 담긴 국방부 '괴문서'도 수사하고 있다.

괴문서로 알려진 해당 문건은 12쪽 분량으로, 대통령의 격노는 허위 주장이며 장관의 수사 개입도 허구라는 내용이 담겼다.

국방부는 국방정책실이 내부 열람용으로 작성한 문서라고 했으나, 문건의 작성자 및 작성 지시자와 작성 이유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 문서 작성에 국방정책실과 군검찰, 법무관리관실, 장관 보좌관실 등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해당 문서의 논리 구성이 박정훈 대령의 공소장이나 구속영장 청구서와 비슷하다는 점에 국방부가 수사 외압 전반에 개입한 것이 아닌지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또 해당 문서가 작성 당시 국방부 차원에서 확인이 불가능했던 대통령실 개입 의혹도 허구라고 주장하고 있어, 대통령실의 개입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박 대령은 특검팀에 괴문서 관련자를 처벌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특검팀은 지난 25일 허태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괴문서 관련 조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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