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린 손흥민, 6만 관중 앞서 토트넘과 아름다운 작별 손흥민 고별전 함께하려는 팬들로 매진 뉴시스 |
2025년 08월 04일(월) 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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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손흥민은 마티스 텔, 브레넌 존슨과 함께 선발 출격해 공격진을 구성한 뒤 후반 19분 모하메드 쿠두스와 교체되기 전까지 64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두 팀은 경기 종료와 함께 한국 투어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간다.
경기 전날 한국과 영국은 물론 축구계 전체가 깜짝 놀란 발표가 나왔다.
토마스 프랑크 감독과 함께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흥민은 잠시 뜸을 들인 뒤 "올여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지난 2015년 8월 레버쿠젠(독일)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했던 손흥민이 10년간 이어왔던 동행을 마치게 됐다.
손흥민은 토트넘 주장으로 셀 수 없이 많은 기록을 세웠고,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를 제패하며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축구를 하면서 내린 제일 어려운 결정 중 하나"라고 전한 손흥민은 "UEL 우승으로 이룰 수 있는 걸 다했다고 생각한 게 가장 컸던 것 같다"며 이적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경기는 토트넘에서 10시즌을 뛴 손흥민이 국내 팬들 앞에서 치르는 고별전이다.
토트넘은 뉴캐슬을 마치고 유럽으로 돌아가 8일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친선경기를 치르는데, 이 경기는 손흥민이 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고별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킥오프 한참 전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북측 광장엔 토트넘의 UEL 우승 트로피, 뉴캐슬의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 우승 트로피를 전시한 포토존이 마련됐다.
특히 손흥민이 번쩍 들어 올렸던 UEL 컵과 '인증샷'을 찍기 위해 모여든 팬들로 발걸음조차 옮기기 힘들었다.
영국에서 건너온 반가운 손님도 눈에 띄었다. 토트넘 마스코트 처피와 릴리, 뉴캐슬 마스코트 몬티와 매기였다.
마스코트들은 뜨거운 분위기 속에 팬들과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선사했다.
손흥민과 같은 1992년생 친구 사이라고 소개한 안현수 씨, 윤건희 씨, 이윤섭 씨도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윤 씨는 "손흥민 선수가 떠나게 돼 아쉽다.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힘들게 왔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을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것 같다"고 전했다.
결별 기자회견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윤 씨는 "물론 우승컵(UEL)을 들었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컵을 드는 걸 보고 싶었다.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손흥민 선수 결정이니까 항상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손흥민의 다음 클럽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LA)FC에 대해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 씨는 "같은 영어권이고, 한인들이 많다고 들었다. 또 최근에 올라오는 강팀이라고도 알고 있다. 적응하기도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손흥민 선수가 어디에 가든 열심히 응원할 생각이다. 중계가 된다면 MLS도 챙겨볼 것"이라며 웃었다.
각자 다른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희소성이 높은 레트로 유니폼을 착용한 안 씨는 "중고로 힘들게 찾았다. 혹시 여기에 (손흥민의) 사인을 받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정말 어렵게 구했다"고 이야기했다.
팬들은 앞으로도 동갑내기 손흥민을 열심히 응원할 거라고 밝혔다.
윤 씨는 "이미 손흥민 선수 덕분에 얻은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손흥민 선수 경기를 보면서 나이를 먹었고, 축구를 잘 알 수밖에 없게 돼 너무 좋다. 같은 시대에 살았다는 것 자체로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도 항상 응원하는 마음뿐"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엔 6만4773명이 방문해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킥오프에 앞서 몸을 푸는 선수들의 장면 하나하나마다 박수가 쏟아졌다.
백미는 양 팀의 선발 라인업 발표 중 손흥민이 등장한 순간이다.
'손흥민' 이름이 호명되자 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갈 듯 함성을 질렀다.
양 팀 선수단이 그라운드를 밟자 분위기가 최고조에 올랐다.
토트넘은 태극 문양이 새겨진 등번호, 뉴캐슬은 건곤감리로 표현된 등번호와 한글 이름 마킹으로 의미를 더했다.
시축으로 손흥민의 절친 배우 박서준이 등장했다. 시축과 두 사람의 따뜻한 포옹 이후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했다.
센스 있는 세리머니가 돋보였다. 킥오프 3분 만에 골망을 가른 브레넌 존슨이 손흥민의 트레이드 마크인 '찰칵 세리머니'를 펼쳤다.
전반 7분 손흥민의 등번호 7번과 연결해 '나이스 원 쏘니(Nice One Sonny)' 응원가가 울려 퍼졌고, 뒤이어 뉴캐슬 응원가 '나나나 조르디(Na Na Na Geordies)'가 나왔다.
손흥민에 이어 한국 축구를 이끌 미드필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지금의 손흥민을 키운 부친 손웅정 씨가 전광판에 잡히기도 했다.
전반 35분 손흥민이 롱볼을 살린 뒤 시도한 슈팅이 막히자 아쉬움의 탄성이 터졌다.
뜨거운 분위기만큼이나 선수들 기싸움도 화끈했다.
전반 39분 토트넘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뉴캐슬 미드필더 브루노 기마랑이스가 몸싸움을 벌여 양 팀이 뒤엉키는 장면도 있었다.
하프타임 이후에도 손흥민은 계속 그라운드를 누볐다.
후반 2분 기마랑이스의 태클을 견딘 뒤 크로스를 연결하며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19분 프랑크 감독이 손흥민을 불러들이고 쿠두스를 투입했다.
토트넘은 물론 뉴캐슬 선수들도 한데 모여 퇴장하는 손흥민을 배웅했다.
벤치에 돌아간 손흥민은 제임스 매디슨, 양민혁을 비롯한 선수들, 프랑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포옹을 나눴다.
특히 축구 대표팀 후배 양민혁과는 한참 동안 포옹하며 팬들을 감동에 빠뜨렸다.
경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던 손흥민이 결국 울음을 참지 못했다.
벤치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손흥민이 전광판에 잡히자 응원의 박수가 쏟아졌다.
토트넘의 손흥민이 떠나자 뉴캐슬의 박승수가 나왔다.
박승수는 후반 32분 제이콥 머피와 교체되면서 남은 시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뒤이어 손흥민의 뒤를 잇는 양민혁도 등장했다.
양민혁은 후반 41분 부상 당한 매디슨 대신 급히 투입됐다.
남은 시간 득점은 없었고, 공식전을 방불케 하는 두 팀의 경기는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양 팀은 경기장을 돌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손흥민은 따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손흥민 헌정 영상이 나왔다.
선수들은 대미를 장식한 손흥민을 헹가래하며 마지막을 추억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