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기 소여'와 함께 한뼘 더 자란 최유정 "나를 더 믿고, 앞으로"
뉴시스
2025년 08월 10일(일) 17:29
[나이스데이] "몇 개월 전 오디션을 지원한 제 자신이 너무 기특하고, 스스로에게 너무 고마워요."

지난 6일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난 최유정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 대해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그의 두번째 뮤지컬이다. 작품이 자신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을 반짝이는 그에게서 "무대 위 먼지라도 좋다"며 무대를 향한 사랑을 표현하던 '페기 소여'의 모습이 겹쳤다.

최유정은 지난달 10일 개막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페기 소여 역을 연기하고 있다. 무명의 코러스 걸에서 새로운 스타로 거듭나는 역할이다.

2016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통해 데뷔해 그룹 '아이오아이', '위키미키'로 활동했던 최유정의 서사와도 닿아있다.

최유정은 "페기가 하는 말들이 가수를 꿈꿨던 그 시절의 제 모습이나 뮤지컬 배우에 도전하고 성장해 가는 지금과 정말 많이 닮았다고 느낀다"며 미소 지었다.

"페기가 가지고 있는 순수함과 꿈꾸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무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잘 느껴졌어요. 대사를 보는데 '어렵다'가 아니라 '나랑 닮은 것들이 있네' 싶어서 이 역할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에 오디션 준비도 더 열심히 했죠."

때마침 최유정은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탭댄스에 매력을 느껴 배우고 있던 중이었다.

자신의 첫 번째 뮤지컬 출연작인 '영웅'에서 함께 연습하던 동료 배우들이 탭댄스를 추는 걸 보고 호기심을 느낀 덕이다. 그렇게 탭댄스를 시작한 지 한 달여가 지난 뒤 '브로드웨이 42번가' 오디션 공고가 떴고, 최유정은 당당히 페기 역을 따냈다.

아이돌 시절부터 춤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최유정은 자신의 두 번째 뮤지컬인 이번 작품에 더욱 자신이 붙었다. 최유정은 "사실 자신만만했다. 처음에는 '춤? 내가 춤은 자신있지'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출고일자 2025. 0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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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프레스콜이 열린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페기 소여 역의 최유정이 하이라이트 시연을 하고 있다. 2025.07.24. dahora83@newsis.com

예상과 달리 고난은 빨리 찾아왔다. 탭댄스의 진면목을 맛보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최유정은 "페기는 탭댄스를 유달리, 정말 잘하는 캐릭터다. 근데 탭댄스를 배울수록 내가 췄던 춤이랑 다르다는 게 느껴져서 무서웠다"며 "중심이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너무 어려웠다. 내가 감히 해보지도 않고 너무 자신만만했구나 싶고,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몸을 움직이며 끊임없이 땀과 눈물을 쏟은지 6개월 여가 지난 4월에서야 "됐다"는 느낌이 들었단다.

"탭댄스 때문에 너무 겁이 났다. 사실 공연을 하고 있는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는 최유정은 "시작할 때만 해도 '어떡하지, 내가 이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계속 전해줄 수 있을까'했는데 이제는 공연 기간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화려한 쇼뮤지컬 대표작으로 꼽히지만 그 안에는 무대를 향한 열정과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과 노력이 담겨있다.

아이돌로 데뷔한 지 10년 차이자 뮤지컬 배우로 새로운 걸음을 내딛고 있는 최유정에게도 이번 작품은 큰 위로를 주고 있다.

특히 극 후반부 줄리안 마쉬가 페기에게 "너의 힘, 재능, 젊음을 마음껏 펼쳐. 험난한 브로드웨이 42번가라는 협곡에서 살아남아"라고 건네는 대사는 더욱 그렇다.

"줄리안의 대사는 '난 아직 젊고, 많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힘이 있고, 재능이 있고, 그러면 나도 이 험난한 협곡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더라고요. 그 대사를 들을 때마다 몸과 마음이 녹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아이돌로 시작해 수많은 무대에 섰지만 뮤지컬은 전혀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최유정은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 느낀 무대의 차이에 "음악 방송을 가면 팬들이 객석에서 응원봉을 들고 계신다. 빛도 있고, 환호성도 있고, 응원도 있다. 그런데 뮤지컬 무대는 온통 까맣고 빛을 나에게 쏘니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엄청 조용하다. 암흑과 적막에 압도되는 게 있다"고 비교했다.

지난해 출연한 첫 작품 '영웅'을 떠올린 그는 "처음 드레스 리허설을 할 때는 무서웠다. 온통 너무 새까마니까 너무 작은 인간이 엄청난 우주를 엿본 느낌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무대만의 매력을 온전히 느꼈다.

최유정은 "관객분들이 들어오시고, 무대에서 다시 암흑을 만났는데 그 모든 게 날 감싸고 있고,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엄청난 힘을 끌어내면서 정말 짜릿했다. 조용하고, 암흑이 펼쳐질 수록 더 힘이 되는 게 있는 것 같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 암흑을 만나고 내가 무대를 엄청 좋아했던 사람이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됐어요. '무대를 놓으면 안 되겠다, 무대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구나' 싶었죠.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실력을 더 올려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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