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 "대중 취향 맞추려 안 해…내 심장 끌리는대로" 11일 넷플릭스 '웬즈데이' 시즌2 간담회 뉴시스 j |
2025년 08월 11일(월) 18: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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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이런 걸 보고싶어 할 거야'라는 생각은 안 합니다. 그렇게 생각해서 만든 작품은 기성품이 돼 버리는 거죠. 나의 개성을 계속해서 보호해야 해요."
'유령 신부'(2005) '빅 피쉬'(2003) '배트맨' 시리즈(1990·1992·1995) '가위손'(1991) '비틀쥬스'(1988) 등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예술 세계를 구축해왔다는 평가를 받으며 거장으로 불리는 버튼 감독이 '웬즈데이' 시즌2를 들고 11일 한국을 찾았다.
'웬즈데이' 시리즈는 미국 만화가 찰스 애덤스가 뉴요커에 연재한 만화 '애덤스 패밀리'가 원작인 작품. 앞서 TV드라마 시리즈, 영화 등으로 수 차례 만들어진 적이 있다. '웬즈데이'는 '애덤스 패밀리'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웬즈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일종의 스핀오프 시리즈다. 웬즈데이가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입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온갖 특이한 캐릭터가 나오는 고딕호러 스타일 뱀파이어물. 앞서 버튼 감독이 이 시리즈 연출을 맡는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그의 경력을 볼 때 버튼 감독보다 적합한 연출가는 없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시즌1이 폭발적인 흥행을 한 데 이어 지난 6일 시즌2 파트1이 공개됐다. 버튼 감독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작의 성공과 이번 시즌의 방향에 대해 "그냥 만들었다"는 쿨한 답변을 내놨다.
"그냥 만든 거죠. 성공을 확신하진 못했어요. 저희가 느끼는대로 만들어가는 겁니다. 시즌1이 성공했다고 해서 '이래서 성공했구나'라고 분석하며 시즌2를 만든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러지 않으려고 했어요. 저도 그렇고 우리 배우들도 그렇고 우린 우리의 심장이 시키는대로, 마음이 이끄는대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이날 자리엔 웬즈데이를 연기한 배우 제나 오르테가(Jenna Ortega·23)와 웬즈데이의 룸메이트 이니드를 연기한 엠마 마이어스(Emma Myers·23)도 참석했다. 두 배우도 버튼 감독과 비슷한 얘기를 했다. 오르테가는 "내가 원하는 걸 한다, 내 목소리를 낸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고, 마이어스도 "외부 요인이 내게 너무 많은 영향을 주지 않게 노력하며, 나를 나의 내부에서 느끼려고 한다"고 말했다.
버튼 감독이 할리우드의 별종 혹은 괴짜로 불리는 것처럼 '웬즈데이'는 별종과 괴짜들의 이야기다. 창백한 얼굴에 새카만 옷을 입고 웃음기 하나 없는 웬즈데이는 사랑스럽기보다는 오싹하고, 늑대인간 이니드 역시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인데다가 보통의 기준에선 정을 붙이기 어렵기 만하다. 하지만 버튼 감독은 "내겐 평범하다는 말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은 다 이상하고 특이합니다. 그래서 내게 평범이라는 건 조금 이상한 것이고 오히려 특이한 게 평범한 겁니다. 저는 오히려 별종들에게 공감해요. 물론 웬즈데이나 이니드는 쉽지 않은 인물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을 따라가다 보면 분명 공감되는 게 있을 겁니다."
자신만의 감성으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오랜 세월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버튼 감독은 후배 예술가들의 귀감으로 불릴 만하다. 그는 다음 세대 예술가들에게 "심장이 시키는대로 일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그게 제일 어려운 거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내가 어떤 세계에 있는지 알고 깨우쳐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 시작은 언제나 내가 마음입니다. 내 마음이 이끄는 곳에서 시작해야 돼요."
시즌2 파트1 3회엔 버튼 감독의 시그니쳐 장면이 나온다. 바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이 에피소드에선 학교 근처에 있는 두개골 나무에 관한 전설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모두 이 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버튼 감독은 1982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빈센트'로 데뷔했고, 1993년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이 기법으로 연출한 적이 있다.
"스톱모션은 진정한 창의성의 발현입니다. 진정한 예술이죠. 인간의 손길이 닿은 핸드메이드 예술이고요. 질감이 있고, 촉감이 있어요. 전 그런 정신과 그런 감정을 계속 가져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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