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끌고·캣츠아이 밀고…K-팝 '4.0' 시대가 만드는 새로운 돌풍 韓 제작 시스템·해외 플랫폼의 결합 뉴시스 |
2025년 08월 21일(목) 10: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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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슷한 시기, 롤라팔루자 안에서는 또 다른 K-팝 사례가 주목을 끌었다. 하이브(HYBE)·미국 유니버설뮤직 그룹 산하 게펜레코드가 공동제작하고, 넷플릭스 다큐('Pop Star Academy: KATSEYE') 방영으로 이름을 알린 캣츠아이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3일 데뷔 1년 만에 이 무대에 오른 캣츠아이는 '날리(Gnalry)', '가브리엘라(Gabriela)' 등 주요 히트곡으로 8만5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숫자는 이 축제의 낮 공연 기준 최대 관객 기록이었다.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 K-팝 열기가 새롭게 불고 있다. 위 두 사례는 K-팝 제작 역량과 글로벌 자본·플랫폼이 결합했을 때 어떠한 파급력으로 신시장 공략이 가속화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K-팝은 연습생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쌓은 음악적 완성도, 안무, 세계관 등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최근에는 여기에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가세하면서 기존 팬덤을 넘어 일반 대중과 글로벌 소비층까지 흡수하는 시너지가 발생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와 캣츠아이가 같은 시기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다양한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가상 캐릭터 걸그룹 '헌트릭스(Huntr/x)' 타이틀곡 '골든'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100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애니메이션 OST가 전 세계 팝 시장의 주류 차트를 장악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캣츠아이 역시 올해 빌보드 '핫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날리'와 함께 발표한 '가브리엘라'는 빌보드 '핫100' 76위(8월 23일 자)에 재진입하며 저력을 입증했다.
차트 성과는 무대와 소셜 미디어 반응으로 이어지며 확산되고 있다. 최근 다수의 K-팝 아티스트들을 비롯해 전 세계인들이 모창하는 '골든' 챌린지나, '롤라팔루자 시카고'·'서머소닉 2025' 등 글로벌 페스티벌 무대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인 캣츠아이 등은 소셜 미디어 상에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음악적 성과와 팬덤 참여, 온라인 확산이 맞물리며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공 배경을 ‘K-팝과 글로벌 플랫폼 간 협업을 통한 문화적·상업적 파급력 극대화’에서 찾는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캣츠아이의 공통점에 대해 "K-팝이라는 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가지는 영향력을 증명했다"고 짚었다. 그는 "K-팝이 새로운 형태의 유행으로 대중문화 시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고 현지화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글로벌 자본과 플랫폼에 힘입어 한국 시장을 겨냥하지 않고도 세계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도 봤다.
실제로 빌보드도 지난 7월30일자 'K-팝 팬덤 리포트(K-Pop Fandom in the U.S.)'를 통해 케데헌의 높은 인기를 언급하며 "헌트릭스와 같은 새로운 형식의 아티스트가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글로벌 스타들이 개척한 K-팝의 성공 가도를 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시장에 뿌리내리려는 K-팝 기업들의 다양한 노력이 미래 아티스트들에게 수혜를 제공할 것"이라며 하이브X게펜레코드의 캣츠아이와 SM엔터테인먼트의 '디어앨리스' 사례도 소개했다.
제작 과정에서도 한국식 시스템의 힘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에는 K-팝 프로듀서와 한국계 미국인 가수 등이 다수 참여했다. 특히 더블랙레이블 수장인 프로듀서 테디나 SM 연습생 출신 작곡가 이재(EJAE·김은재) 등이 조명받았다. 캣츠아이 역시 넷플릭스 다큐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에게 노출되며, 음악적 역량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선보였다. 작곡·안무·비주얼 콘셉트 전반에 걸쳐 한국식 K-팝 시스템이 녹아들었고, 현지화 전략을 병행하며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반향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기적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케이팝 데몬 헌터스', '캣츠아이' 외에도 디어앨리스, JYP엔터테인먼트 '걸셋'(기존 팀명 비춰) 등 다양한 그룹이 글로벌 제작사나 해외 자본과 협업을 진행했거나, 준비 중이다. 한국식 제작 시스템이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되고 변주되는 단계로 접어든 셈이다.
결과적으로,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영미권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며 지신재산권(IP)를 고도화했던 3.0 단계를 지나, 글로벌 자본과 플랫폼이 팬덤 기반 경제와 결합하는 'K-팝 4.0'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도헌 평론가는 "K팝 4.0 시대에 한국은 K팝의 '종주국'으로 기능할 것"이라며 "해외에서 K-팝 시스템을 협업·응용·학습해 자체 모델을 개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 한국 레이블들은 '위탁'이 아닌 '협업' 또는 '제안' 형태로 해외 자본과 인력과 함께 새로운 산업을 그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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