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백신, 사는 곳 따라 지원받고 못받고"…형평성 논란

국가 지원 노인 백신 단 2종…독감·폐렴구균
지자체, 개별예산 활용해 대상포진백신 지원
지역간 시행 여부·대상·예산차로 형평성 문제

뉴시스
2025년 08월 24일(일) 10:31
[나이스데이] 고령자 대상 백신이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예산을 활용한 소규모 예방접종 사업으로 지원되고 있어, 지역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4일 한국GSK, 주한영국상공회의소가 최근 공동 발간한 '초고령 사회 대응을 위한 성인 예방접종의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예방접종(NIP)의 주요 대상은 어린이와 고령자로 나눌 수 있는데, 19종의 백신이 무상 제공되는 어린이와 달리 노인에 대해선 제한적이다.

현재 국가가 지원하는 노인(성인) 대상 백신은 인플루엔자(독감)와 폐렴구균 단 2종뿐이다.

이런 한계 속에서 일부 지자체는 자체 예산을 활용한 소규모 예방접종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의 '대상포진 예방접종 사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172개 지역에서 사업을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시행 지역은 대상자 선정 기준이나 지원 범위에 차이가 있으나 점차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57개 지역에선 해당 사업이 전혀 시행되지 않았고, 향후 도입 계획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 미시행 지역에는 부산, 대구, 경기도 다수지역 등 전체 노인 인구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이 포함됐다. 330만명에 달하는 노인이 공공의 예방접종 지원에서 사실상 배제된 실정이다.

보고서는 "기초자치단체별로 개별 사업을 추진하면서 미시행 지역 거주자들이 정책적으로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한 국가 내에서도 거주 지역에 따라 건강권 보장 수준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을 시행 중인 지역 간에도 격차가 존재했다. 대상자 선정 기준과 지원 내용이 자치단체마다 다르게 운영됐다. 일부 지역은 특정 연령대만을 지원하며, 연령 기준이 지역마다 다르고, 취약계층(저소득층, 의료급여)만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고서는 "이런 차이는 각 자치단체가 편성한 예산 규모에 따라 달라지며, 이는 해당 자치단체의 재정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다"며 "예산 규모가 가장 큰 지역(울산 A군)과 가장 작은 지역(경기 B시) 간의 격차가 46배에 달했다"고 말했다.

형평성 문제는 동일 지역 내에서도 발생했다. 대상포진 백신은 생백신과 재조합 백신 두 종류가 있는데, 지역별로 지원되는 백신 종류가 달랐다. 생백신만을 지원하는 지역에선 해당 백신이 금기인 면역저하자의 경우 접종 지원 대상임에도 혜택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보고서는 "지역 간 시행 여부, 대상 기준, 지원 백신 종류, 예산 수준의 격차로 인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미시행 지역에서도 개인 소득에 따른 격차는 존재할 것이며, 비용 부담으로 인해 자율 접종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일한 연령대의 국민이라 하더라도 예방접종 기회의 수준이 달라지고 있으며, 공공의 역할 확대 없이는 해소 어려운 문제"라며 "많은 해외 국가들이 고령층 예방접종을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해 시행하고 있다. 예방접종은 개인 선택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 공공보건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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