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쪼그라든 대미 무역흑자…美 설득 카드 될까[세쓸통] 최근 5년 살펴보니 대미 수출·무역흑자 우상향 뉴시스 |
2025년 08월 24일(일) 10: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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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 부과 예고로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승세를 이어오던 대미 수출액과 무역흑자는 올해 상반기 하락세로 전환하고 말았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가운데, 대미 무역흑자 하락세 전환이 회담 과정에서 유리한 카드로 쓰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최근 5년간의 상반기 대미 수출액과 무역흑자 규모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서 따져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상반기 대미 수출 465억 달러와 대미 무역흑자 101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대미 수출액과 무역흑자가 각각 645억7000만 달러와 289억6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세부 흐름을 보면 대미 수출은 2021년 465억 달러에서 2022년 549억6000만 달러로 뛰었고, 2023년에도 비슷한 수준인 549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645억7000만 달러로 1년만에 100억 달러 가까이 늘며 사상 최대치를 새로 쓰게 됐습니다.
무역흑자 역시 같은 기간 101억4000만 달러에서 143억 달러, 183억2000만 달러, 289억6000만 달러로 가파르게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무역흑자 규모는 3년 전인 2021년과 비교해 약 3배에 달했습니다.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던 대미 수출과 무역흑자 규모는 올해 상반기 일제히 감소세로 전환했습니다.올해 상반기 대미 수출액은 621억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3.8% 감소했습니다. 무역흑자 역시 262억9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약 9.2% 줄었습니다.이는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라, 통상 환경 자체가 달라진 결과로 읽어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부터 상호관세, 무역적자 축소 등을 주요 의제로 내세우며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 상대국에 압박 수위를 높였고, 특히 자동차·철강 등 한미 교역에서 민감한 품목에 대해 품목별 관세를 추가 부과했습니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강제로 수출을 줄일 수는 없으니, 정부는 대미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합의하면서 약속한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였습니다.
이러한 통상환경 변화가 결과로 나타나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감소했고 수입액은 0.7% 증가하면서 무역흑자 규모도 줄어들게 된 것입니다.
아직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등 본격적인 무역흑자 규모 관리 작업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대미 무역흑자가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분명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대미 무역흑자가 하락세로 전환했다고 해도 유의미한 긍정적인 신호가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올해 상반기 무역흑자 규모가 감소한 것은 맞지만, 역대 2위 실적일 정도로 절대적인 규모는 여전히 크기 때문입니다. 즉 트럼프 행정부가 통상 압박을 유지할 명분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입니다.오는 25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은 이러한 추세 변화 속에서 치러집니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가 줄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규모가 상당한 만큼, 미국 측이 무역 불균형 문제를 계속해 제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교수는 "대미 무역흑자 규모 감소가 미국을 설득하는 논리로는 작동하겠지만 이를 통해 결정적으로 뭔가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발표된 투자 규모보다 더 많은 전략산업 기업의 투자 등을 제안해 유럽연합처럼 품목별 관세도 15% 상한을 보장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반도체·원전·인공지능(AI) 등 전략산업 협력 방안과 방위비 분담금 및 비관세 조치 등 고차 방정식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회담이 양국 통상 환경에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