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순방 결산]실용외교 첫발로 한미 동맹·한미일 협력 강화…對美 안보·통상 후속 협상은 과제 3박 6일 미·일 연쇄 정상회담…취임 2개월만 양자 외교 시동 뉴시스 |
2025년 08월 28일(목) 11: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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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 대통령이 다자 회의 참석을 제외하고 양자 외교 첫 방문국으로 일본을 택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한미일 안보 협력에 공을 들이는 미국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을 먼저 찾아 한일 관계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한일관계 및 한미일 협력에 대한 의지를 과시하려는 전력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관계가 개선돼야 한미일 협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협력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한미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한일관계는 어느 정도 수습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께서 한미일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트럼프 대통령을 뵙기 전에 일본과 미리 만나서 (트럼프) 대통령께서 걱정할 문제를 미리 정리했다"며 "일본에 가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만났을 때, 우리가 갖고 있던 많은 장애요소가 제거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서도 한국과 일본이 잘 지내는 것이 한미일 협력을 포함하여 역내 평화와 안정을 이루는 데 핵심적인 요소"라며 "한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 기조에 대해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핵심에 한미 동맹이 있다"며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안정된 한일 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미일 협력도 지속해서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순방은 "일본과 미국을 연계 방문함으로써 한일, 한미일 협력 강화를 시현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동안 한일 양국 관계가 좋지 않으면 미국의 주도 하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을 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주도해서 일본을 방문하고, 미국을 이어 방문하는 모양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한미 정상회담 화기애애한 분위기…구체적 안보·통상 후속 협상은 숙제
이 대통령 취임 82일 만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은 무난하게 마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미 정상과의 첫 대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를 언급하며 신뢰를 쌓는데 집중했다.
특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 역할을 주문하며 저는 "'페이스메이커"로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하면서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두 정상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면서 조선업을 중심으로 경제·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북한과의 대화 중요성 등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든든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성장 발전해왔다"며 "앞으로도 한미동맹을 군사분야뿐만 아니라 경제 등 다른 분야로 다 확장해서 미래형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 직후 "한미동맹을 더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현대화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저의 관여로 남북 관계가 잘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며 "실제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한국과) 함께 큰 진전을 이뤄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화답했다.
다만 공동선언문은 나오지 않았다.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을 비롯한 동맹 현대화 등 민감한 현안은 일단 후속 실무 논의로 넘긴 것으로 보인다. 향후 협상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후속 청구서가 날아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한미 통상협상과 관련해 구체적인 합의문이 없었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은 과제로 남았다.
대미 투자 규모는 큰 틀에서 정해졌으나 펀드 운용 방식을 두고 한미 통상당국 간 이견이 노출됐다. 미국은 사실상 '직접 투자'라고 했지만, 한국은 대출과 보증이 대부분인 '재투자' 개념이라고 본다.
농축산물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쌀과 소고기의 추가 개방은 일단 막아냈다고 했지만 미국의 요구는 계속되고 있고,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되는 미국산 사과 등 검역 절차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시대의 통상, 안보 협상의 뉴노멀은 계속 끊임없이 논의하는 것"이라며 "과거와 같이 뭔가 하나가 끝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된 협상의 과정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한미동맹 현대화와 관련해 "(한미 간) 큰 방향에서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동맹 현대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문구는 조정하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말한 관점에서, 변화하는 주변 정세에 잘 대응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역할을 많이 하도록 현대화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합방위능력을 강화하고 우리 안보를 더 튼튼히 하는 방향으로 한다고 진행했다"며 "더 진전된 논의가 있으면 나중에 보고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李-이시바, 한일 미래지향적 협력 '맞손'…과거사 문제 직접 언급 안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이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에 의견을 같이하며 정상 간 '셔틀외교'를 재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문'도 채택했다. 한일 정상이 문서 형태로 합의된 공동 결과를 발표한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17년 만이다. 한일 정상이 수교 60주년을 맞아 관계 강화 방침을 명확히 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자,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공동 과제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중요한 파트너"라며 두 나라의 긴밀한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내건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도 "납치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며 지지를 표명했다.
한일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과거사와 미래 의제를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한 협력 방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구체적으로 수소·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저출산·고령화 등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사회문제 협력을 위한 당국 간 협의체를 출범하기로 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과거사 문제와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문제 등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계승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선언에는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가 명기돼 있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는 강제징용 등에 대한 직접 사과 언급은 하지 않았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과거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며 "한일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기본적 접근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기내 간담회에서 "과거사 문제는 시정해야 하지만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경제, 안보, 기술협력 등 협력 문제를 팽개칠 이유는 없다"며 "미국과 중국도 견제, 경쟁, 대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협력할 건 협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 정상회담에서 상호 간의 신뢰와 기대를 높였다"며 "대일 관계에 진척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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