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켐비가 연 '치매 치료제' 시장…신약 개발 경쟁 본격화

일라이 릴리의 '키순라', 한국인 포함 가교 임상 진행 중
발기부전·비만 약의 변신…"부작용 낮고 효과 기대돼"
약값 연 2000만~3000만원…건보 적용 안 돼 접근성↓

뉴시스
2025년 09월 17일(수) 10:23
[나이스데이] 알츠하이머병 신약 '레켐비'로 개화한 치매 치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다양한 치료제의 개발이 불붙었다.

17일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한 한국에자이의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는 지금까지 1400여명에 처방됐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물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제거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다.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의 알츠하이머병 성인 환자 치료에 쓸 수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 중에서도 독성이 강한 가용성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와 불용성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에 결합해 뇌 속의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줄인다.

원인 물질을 제거해 '질병 진행 및 인지 기능 저하 지연' 효과를 인정받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완전한 승인을 받은 최초의 항체치료제다. 임상 3상 연구 결과, 레켐비 투여 18개월 시점에 위약군 대비 CDR-SB(Clinical Dementia Rating Sum of Boxes)을 0.45점 감소시켜,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27% 지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레켐비를 집에서 자가 주사할 수 있는 '레켐비 아이클릭'(피하주사)도 미국에서 승인 받아, 국내에 도입될지 주목된다. 의료계는 2027년께 국내에도 도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라이릴리 '키순라'(도나네맙)의 국내 도입 시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키순라는 레켐비와 같은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로,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35%로 나타나며 레켐비의 데이터보다 약간 높게 나왔다.

미국, 일본, 유럽에선 이미 출시됐고 국내의 경우 한국인 등에서 효과·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가교 임상 진행 중이다. 한국인 포함 임상 3상의 1차 결과는 오는 2028년 나올 예정이다.

다만 이들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는 뇌부종 및 출혈 부작용인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를 일으킬 수 있다. 고도의 환자 선택이 필요한 점은 처방에 제한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이던 PDE5 억제제를 치매 치료제로 개발 중인 아리바이오는 최근 글로벌 3상의 중간 경과 분석 결과, 뇌부종 또는 뇌출혈(ARIA) 사례가 'AR1001' 임상에서 1건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R1001의 성분은 미로데나필로, 투약을 완료한 300명의 CDR-SB 중간 분석 결과 86명(28.6%)에서 증상이 개선됐고, 39명(13.0%)은 투약 시점의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 치매에서 내는 성적도 눈에 띈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를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3상 중이다. 작년 10월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2형 당뇨병 환자의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40~70% 낮춘다는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연구가 미국 알츠하이머병 협회 학술지에 발표된 바 있다. 올해 4분기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타우, 시냅스 가소성·신경보호, 염증·면역 등 다양한 기전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도 개발 중이다. 로슈의 '트론티네맙'은 혈뇌장벽(BBB) 투과율을 높인 이중 특이성 항체 기술을 통해 2상 임상에서 도나네맙 대비 우월한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효과와 낮은 ARIA 발생률을 보여주며 차세대 치료제로서의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이들 글로벌 신약이 국내에 진입하기 위해선 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건강보험 과제가 해소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레켐비는 국내에서 보험급여 적용이 안돼 연간 2000만~3000만원의 약값을 환자가 부담하는 실정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기전(타우, 신경보호, GLP-1), 새로운 제형 등 치매 신약이 늘고 있는데 환자 접근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급여 적용 없인 환자 접근성도 제한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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