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화려한 개막

서른 살 부산은 다짐했다 "영화 자유 위해 싸우자"
오전부터 줄…영화의 전당 4500석 매진
개막작 '어쩔수가없다'에 사회는 이병헌
이란 자파르 파나히 감독 아시아영화인상
"표현 자유 위해 계속 도전하고 싸우자"
박찬욱 "부산은 영화하기에 최고 도시"

뉴시스
2025년 09월 18일(목) 10:33
[나이스데이]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4시께. 영화제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엔 갑작스레 비가 들이쳤다. 쏟아지는 양을 보면 금새 그칠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해운대 하늘엔 거짓말 같이 금새 해가 나타났다. 해운대 바다엔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이 큼직하고 선명한 무지개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64개 나라 영화 241편이 항해하는 덴 아무 문제도 없었다. 뱃고동 소리와 함께 부산 바다는 그렇게 영화의 바다가 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저희는 아직 배가 고프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말이 있는데, '서른, 잔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부산영화제 개막을 선포했다.

◇별 집결

비가 왔는데도 오후 6시 개막식을 앞둔 해운대 영화의 전당 앞은 개막식을 보려는 인파로 인산인해였다. 약 2시간 전부터 줄이 생기기 시작해 1시간을 남겨두곤 영화의 전당을 빙 둘러 줄이 생겼다. 6시가 되기 전 올해 마련된 4500개 자리가 모두 들어찼다. 영화제 굿즈를 판매하는 MD샵엔 오전 10시에 이미 줄이 있었다.

레드카펫은 아시아의 별들로 순식간에 물들었다. 우선 이병헌·하정우·손예진·리사·한효주·전종서·한소희·유지태·조우진·이성민·박희순·염혜란·심은경·유태오·김성철·조우진 등 한국영화계 스타들이 관객과 눈을 맞추며 입장했다. 장미희·박근형·이혜영·장용 등 연기 장인들도 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장첸, 구이룬메이, 와타나베 켄, 사카구치 켄타로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들도 자리했다. 개막식 사회는 개막작 주연 배우인 배우 이병헌이 맡았다.

◇"표현의 자유 위해 계속 싸우자"

레드카펫 행사 후엔 시상이 이어졌다. 올해 아시아영화인상은 이란 자파히 파나히 감독이 받았다. 파나히 감독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이란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 영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란 사회 환부를 후벼파는 이야기에 영화라는 매체의 가능성의 크기를 모색하는 형식을 더해내며 숱한 걸작을 내놨다. 올해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서 상영하는 '그저 사고였을 뿐'은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파나히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자유, 우리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계속 도전하고 나아가야 한다"며 "이 상은 그 싸움의 전선에 있는 모든 독립영화인에게 바친다"고 했다.

파나히 감독은 2009년 반정부 시위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6년 형을 받았고 20년 간 출국, 영화 제작, 언론 인터뷰 금지를 당했다. 이 기간 그는 가택 연금 상태에서 화상 연결 방식으로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어왔고, 영화를 담은 USB를 밀반입하는 방식으로 세계 영화계와 소통해왔다. 2022년 7월엔 앞서 선고된 6년 형을 다 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체포, 옥중 단식 투쟁을 하다가 2023년 2월 풀려났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그가 감옥에서 완전히 풀려난 뒤 만든 첫 번째 영화이다.

여성영화인 공로상 격인 까멜리아상은 홍콩의 감독이자 배우·작가 프로듀서인 실비아 창에게 돌아갔다. 창 감독은 "1972년에 배우로 데뷔했고, 그 이후 영화에 푹 빠져버렸다.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이 상은 영화를 향한 저의 사랑과 헌신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영화공로상은 정지영 감독이 받았다. "50년 반세기 동안 영화를 만들었다"고 입을 뗀 정 감독은 "그 세월 동안 군사독재와 싸웠고, 할리우드 영화와 싸웠고, 대기업의 독과점에 맞서 싸웠다. 그 넓고 거친 강을 나 혼자 건넌 게 아니다. 수많은 동료·선배·후배와 함께했다. 이 상은 그 분들을 대신해서 받는 거다"고 했다.

◇"부산은 최고의 영화 도시"

개막작은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어쩔수가없다'다. 박 감독 영화가 부산영화제 개막작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다 이뤘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가 갑작스럽게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하기 위해 자신만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이병헌·손예진과 함께 박희순·이성민·염혜란 등이 출연했다.

박 감독은 개막식에 앞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부산영화제가 30년이 됐는데, 제 영화가 개막작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설렌다. 올해가 30주년이라서 더 그렇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부산을 "최고의 도시"라며 추어올리기도 했다. 그는 "부산이 너무 좋아서 자주 내려온다. 바다가 있는 동시에 아주 복잡한 도시적인 면도 있다. 좋은 음식과 구석구석 골목마다 정취가 있다. 각본을 쓰기에도 촬영을 하기에도, 영화가 필요로 하는 풍경을 다 갖춘 곳이다. 부산은 최고의 도시"라고 했다.

◇치열하고 풍성하게

올해 부산영화제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경쟁과 스타. 지난 29년 간 없었던 경쟁 부문이 신설됐고, 아시아 최대 영화제의 30번째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국내외 영화계 스타들이 집결했다. 그 명성에 걸맞게 현 시점 가장 주목 받는 시네마가 부산을 밝힌다.

경쟁 부문엔 총 14편이 진출했다.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 비간 감독의 '광야시대',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의 '스파이 스타', 홍콩 배우 수치(서기·舒淇)가 연출한 '소녀', 임선애 감독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 등이다. 시상 부문은 대상·감독상·심사위원특별상·배우상·예술공헌상 등 총 5개다. 심사위원은 심사위원장인 나홍진 감독을 포함해 코도나다 감독, 배우 양가휘·한효주 등 7명이다.

이번 부산엔 영화 팬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전 세계 거장이 대거 다녀간다. 우선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박찬욱·봉준호·이창동·나홍진 감독이 함께한다.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파나히 감독을 비롯해 지아장커·두기봉·차이밍량·마르지에 메쉬키니 등이 온다. 마르키오 벨로키오, 션 베이커, 기예르모 델 토로, 지안프란코 로시, 피에트로 마르첼로, 마이클 만, 코고나다, 세르게이 로즈니차, 이상일, 실바아 창 감독 등도 부산을 찾는다.

◇그 영화 부산에 다 있다

지난 2월에 열린 베를린영화제, 5월에 있었던 칸영화제, 이달 막을 내린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대부분을 볼 수 있다는 건 올해 부산영화제가 제공하는 최고 재미 중 하나다. 이 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 각 나라를 대표할 만한 영화예술가들의 신작과 화제작을 만나볼 수 있다.

우선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선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 이상일 감독의 '국보' 등을 볼 수 있다. 아이콘 부문에선 지안프란코 로시 감독의 '구름 아래', 라슬로 네메스 감독의 '나의 이름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누벨바그', 파울로 소렌티노 감독의 '라 그라찌아',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센티멘탈 밸류', 클레버 멘도사 필루 감독의 '시크릿 에이전트',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알파', 다르덴 형제 감독의 '엄마의 시간', 노아 바움벡 감독의 '제이 켈리',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크렘린의 마법사', 짐 자머시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등이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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