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추석에 현안 산적한데…청·차장 사라진 소방청 "후임 빨리" 허석곤 소방청장· 이영팔 차장 동시 직위 해제 뉴시스 |
2025년 09월 18일(목) 10: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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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소방청에 따르면 허석곤 소방청장과 이영팔 소방청 차장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지난 16일 직위 해제됐다.
두 사람은 계엄 당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일선 소방서에 전달한 혐의로 고발돼 지난 12일 특검으로부터 수사 개시 통보를 받았다.
국가공무원법은 감사원이나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를 직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허 청장은 1년 3개월 만에, 이 차장은 약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소방청장은 6만여명의 소방공무원과 전국 240개 소방서를 지휘하는 자리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소방청은 약 3년 만에 다시 수장 공백을 겪게 됐다.
2022년에도 이흥교 전 청장이 납품 비리 의혹으로 직위 해제되면서 청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당시 남화영 당시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다가 6개월여 만에 청장으로 임명됐다.
현재 차장직은 김승룡 전 강원특별자치도 소방본부장이 대리 중이다. 하지만 직위 해제 이후 차기 청장 취임까지 반년 넘게 걸렸던 전례를 감안하면, 후임 인선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부에서는 "예견된 일이었다"면서도 청장과 차장이 동시에 물러나는 초유의 상황에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번 상황이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혼란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다만 업무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우려는 더 크다. 대형 사고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전국 소방관서를 지휘하고 국가 차원의 자원을 동원하는 역할이 청장의 몫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강릉지역 가뭄이 50일 넘게 이어지면서 소방차와 인력이 대거 급수 지원에 투입되고 있다.
여기에 가을철은 구조·구급 수요도 많아지는 시기다. 건조한 대기와 강풍으로 산불 위험이 높고, 각종 사건·사고가 잦은 추석 연휴까지 겹쳐있는 탓이다.
소방청의 2022년 구급활동 통계에 따르면 가을(9~11월) 출동·구조 건수는 각각 전체의 26%, 24%로, 여름(6~8월) 다음으로 많은 편이다. 추석 연휴기간 발생한 화재는 최근 5년간 총 2026건, 하루 평균 81건에 달한다.
현장에서는 재난 대응에 공백이 생기기 전에 서둘러 소방청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성명을 내고 "소방청 수뇌부의 공백으로 인해 조직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지고 있다"며 "그 피해는 곧바로 국민을 향한 소방서비스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방청장에 대한 정식 임명을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방청이 윗선의 부당한 지시에 휘둘리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엄 사태 때 행안부 장관이 소방청장에게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를 지시했던 것처럼 소방청이 본래 임무와 무관한 일에 동원되지 않도록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에는 소방청장의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하고 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내용의 소방공무원법 개정안도 발의돼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간 소방청장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아 권력의 눈치만 보는 일들이 반복돼왔다"며 "소방청장에 대한 2년 임기 보장과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승룡 소방청 차장 직무대리는 "소방청장의 임기 보장은 업무 수행의 안정성과 리더십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본다"며 "다만 청문회 도입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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