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 빼고 기재부 먼저 분리?…경제부처 조직개편 놓고 혼선 정부조직개편안 통과돼도 금융당국 개편 안갯속 뉴시스 |
| 2025년 09월 23일(화) 10: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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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한다는 계획이지만,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에 옮기는 방안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기재부 분리와 검찰청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안을 의결했다. 여당의 처리 의지도 강해 정부조직개편안은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금융감독위원회 신설, 국내 금융정책 기능 재경부 이관,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전환 등 금융 당국 개편은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야당의 반대가 극심하고 해당 기관 내에서도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1월 2일부터 기재부 조직개편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당국 개편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감위 설치법이 처리돼야 확정 가능하다.
이에 따라 여권 일각에서도 기재부를 경제정책(재경부)과 예산(예산처)으로 먼저 분리하고 금융 정책 기능 조정은 차후 법안이 통과되면 추진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이 금감위 설치법에 동의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안건 신속처리 제도)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소관 상임위에서 최장 180일간 법안이 머물게 된다. 내년 4월에나 법안 처리가 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경제부처 개편안이 '실패한 노무현 정부의 길을 답습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예산과 재정을 떼어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금융 관련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원 등 4개로 늘어나 금융기관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여권이 경제부처 순차 개편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금융 정책·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해당 기관과 사회 각계의 반대 여론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금감원 직원들은 금감원과 금융소비자원을 분리하는 방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은 금융감독기구를 재경부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융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면 오히려 소비자 보호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 내부의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금융위의 경우 일부 직원들만 금감위에 남고 대부분의 직원과 조직이 재경부로 이동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 직원들은 금융정책 조직이 재경부와 합쳐질 경우 전문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감독 기능만 서울에 남고 정책 기능은 세종으로 내려가면 '코스피5000' 등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에서 세종으로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직원들의 현실적인 고민도 적지 않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 개편에 대한 반대 움직임과 관련해 "당정대가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정책과 금융정책 기능을 합치고 예산 기능을 분리한다는 조직개편 구상의 큰 틀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자신의 조직이 없어지게 된 상황에서 그걸 지키고자 하는 직원들의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크게 달라질 건 없다"며 "이 정도의 반발은 당연히 있을거라고 예상했다. 다소 늦어지더라도 정해진대로 가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조직의 규모나 부서 조정 등에 대한 논의가 남았다고 보면 된다"며 "(금융위에서는) 서울 근무 등 여러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기재부와 금융위는 조직 개편에 제동이 걸린데다 대대적인 인사까지 예고되고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다.
최근 기재부와 금융위는 1급(관리관) 간부 전원에게 사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고위직이 조직 쇄신의 길을 열어달라는 취지에서 사표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정권이 교체되면 1급 공무원은 사표를 내고 물러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정부 고위직 인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기재부 1급 공직자들이 이동할 수 있는 자리가 매우 한정적인 상황이다.
게다가 조직 개편 관련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일반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 목표인 '진짜 성장'과 '코스피 5000'을 위해 뛰어야 할 경제부처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조직 외부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이 길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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