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폐지'에 쏠린 눈…대체 입법 모니터링 당정 올해 배임죄 폐지·대체 입법 마무리 뉴시스 |
2025년 10월 03일(금) 11:07 |
|
정부·여당은 기업의 형사처벌 리스크를 완화한다는 취지로 배임죄 폐지를 추진한다. 로펌들은 배임죄 폐지로 발생하는 공백을 없애기 위한 대체 입법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오너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한다. 이에 따라 로펌들은 기업 고객 증가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배임죄 개념 및 폐지추진 배경]
배임죄(형법 제355조 2항)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한다. 그러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추상적이어서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 당정 협의에서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배임죄가 주식회사의 의사결정을 제약하고 투자 활동을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취지에서다.
향후 ▲정상적인 경영 판단에 따르거나 주의 의무를 다한 사업자는 처벌하지 않고 ▲형사처벌을 줄이고 3~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배임죄를 없앤다는 계획이다. 당정은 올해 안에 배임죄 폐지와 대체 입법을 마친다는 구상이다.
로펌들은 기업이 의사 결정과 투자 활동을 하는 데 있어 형사처벌 리스크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과감한 신규 투자나 M&A(인수합병)가 실패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결과에 초점을 맞춰 배임죄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했다. 배임죄가 폐지되면 사실상 경영 활동의 족쇄가 풀리는 것이다.
하태헌 세종 변호사는 "배임죄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모호하게 적용돼 왔다"며 "다만 대기업 오너들이 회사를 사적 소유처럼 좌지우지하는 전횡을 막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어 배임죄를 명확하게 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당정은 배임죄로 다뤄지는 '중요 범죄'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체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서 말하는 중요 범죄는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 아닌 명백한 고의성과 사적인 이익 추구가 결합된 경우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법인 자금의 사적 유용과 회사 기밀이나 재산의 불법 유출, 회사 자산의 저가 양도 등이 있다.
로펌은 대체 입법의 내용과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또 배임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민사적인 책임까지 면제하겠다는 취지는 아닌 만큼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 민사 책임 강화 대비에 나설 방침이다.
김경수 태평양 변호사는 "배임죄로 처벌받는 것이 결국 주식회사 이사인 경우가 많은데 이사회에서 합병이나 분할, 신주발행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형사적인 리스크에 대한 걱정들이 있어 왔다"라며 "형사적인 부담이 줄고 민사적인 부분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대기업 중심의 자문을 많이 하는 대형 로펌이지만 오너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미 검찰 수사 실무와 대법원 판례를 통해 경영상의 합리적인 판단이었음이 인정되면 처벌하지 않게 돼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배임죄가 기업의 경영 판단을 억제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기업 이익을 위해 행위를 했음이 인정되면 배임죄를 묻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컴플라이언스가 미비했던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