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시위 고조 속 명동 찾은 中 관광객들…"혐오 사라지길"

유커 무비자 입국 본격화…반중시위 고조
中 관광객 비교적 차분…일부 불안감 토로
"모든 중국인 나쁘지 않아" "혐오 해결되길" 반응

뉴시스
2025년 10월 03일(금) 11:10
[나이스데이] 지난달 29일부터 한국 정부가 허용한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무비자 입국이 본격화한 가운데 서울 도심 곳곳에서 ‘차이나 아웃’을 외치는 반중(反中)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명동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한국 내 고조되는 반중 정서 속에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지난 2일 찾은 서울 중구 명동에서는 한국을 관광차 찾은 중국인들을 다수 볼 수 있었다. 반중 단체의 거센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비교적 차분했다. 일부는 불안감을 토로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안전하다" "직접 겪어보니 괜찮다"는 반응이 많았다.

오후 2시께 명동역 인근에서 만난 옌볜대학 출신 20대 관광객 서걸(24)씨, 심화(24)씨, 금(24)씨는 이날 오전 입국해 곧장 이곳을 찾았다.

서씨는 "중국도 한국도 서로를 공격하고 혐오하는 사람이 많아 이번 시위도 예상했었다"면서도 "그래도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해 여행 왔다"고 말했다.

2020~2021년 교환학생으로 대구에 머물렀다는 서씨는 "그때도 반중·혐중 정서가 있어 불쾌한 경험이 있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혐오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부터 여행차 한국에 왔다는 한 중국인 커플은 중국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웨이보에서 한국 반중시위에 대한 사진과 영상을 보고 오기 두려웠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든 무례한 사람은 있지만 그것이 차별과 혐오로 이어질 만한 이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명동을 찾은 20세 여성 중국인 관광객도 반중 시위에 대해 "한국에 오기 전엔 전혀 몰랐다"며 "중국인이 모두 시끄럽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건 오해다. 모든 나라에 일부 나쁜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명동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장영(28)씨는 "명동에서 하는 반중시위를 직접 목격하고 많이 속상했다"며 "일부 시민들은 왜 한국에 왔냐. 할 일이 없어서 왔냐며 시비를 거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민초결사대 등 극우 성향의 반중 단체는 서울 대림동, 명동, 여의도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장소를 옮겨가며 연일 반중 시위를 열고 있다.

이는 최근 발생한 국정자원 대전본원 화재로 전산망이 마비된 상황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시작이 맞물리며 더욱 힘을 얻었다.

지난달 29일 여의도에서 열린 반중 집회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중국인들이 납치나 중범죄를 많이 일으키는데 무비자로 들어오는게 겁이 난다"며 "범죄 요인이 많은 중국인들이 비자도 없이 들어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모(54)씨도 "범죄가 발생했을 때 무비자면 추적이 힘들다"며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불법체류자들이 마구 들어올 수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고조되는 반중 감정이 단순히 중국인 관광객 문제를 넘어 특정 집단을 향한 배타적 정서를 강화하면서, 다문화 수용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유튜브 등을 통해 일부 극우 진영의 강성 논리가 영향력을 얻고 있다"며 "극우 성향을 가진 이들은 대체로 친미적 성향이 강하다 보니 중국을 적대시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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