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 집어삼킨 공룡부처 탄생…기후 위기 대응 '방점'[기후부 시동]

기후·에너지·환경 정책 시너지 극대화…전기료 인상 우려 불식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체계 대전환과 탈탄소 로드맵 본격화
신규원전 건설 등 원전 정책 후퇴…고리 2호기 해체 가능성↑
에너지공기업 구조조정 논의 본격화에 사회적 갈등 우려 제기

뉴시스
2025년 10월 03일(금) 11:11
[나이스데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이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1일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기후재난 대응 등 기후·에너지·환경 정책을 총괄하는 거대 공룡부처가 탄생한 셈이다.

기후부는 2차관, 4실, 4국·14관, 63과 체제로 구성되며 본부 인원은 829명으로 신설됐다. 산업부에선 에너지정책실 조직 중 전력정책관·재생에너지관·원전산업정책국·수소경제정책관 등 218명이 기후부로 이동했다.

기후부 출범은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탄소문명을 종식시키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탈탄소 녹색문명으로 대전환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기후-에너지-환경정책 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규제와 진흥 기능이 한 부처에 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규제와 진흥 기능을 하나로 합친 만큼 조직 내 충돌이 잦을 수 있고 지원 기능보다 규제가 앞서면서 에너지안보와 산업논리가 뒷전으로 밀릴 공산도 크다는 지적이다.

◆기후·에너지·환경 정책 시너지 극대화…전기요금 인상 우려 불식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출범식에서 "환경 정책이 가장 근본적인 기후위기 대응 정책인 만큼 이를 위해 기후-에너지-환경정책 간 시너지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후부가 향후 ▲탈탄소 전환 로드맵 제시 ▲실효적인 탈탄소 전략 추진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체계 대전환 ▲탄소중립산업 국가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촘촘한 기후 안전망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기후부 출범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본격화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김 장관은 부처 출범 후 첫 행사로 기업인들을 만나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 억제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미국의 관세 부과와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을 고려해 산업계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는 뜻을 산업계에 전하며 기후부가 산업계와 공존하는 부처라는 점을 전했다는 평가다.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체계 대전환과 탈탄소 로드맵 본격화

기후부 출범으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체계 대전환과 탈탄소 전환 로드맵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기후 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전환에 힘을 실어 탈탄소 녹색문명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체계 개편은 현재 누적 34기가와트(GW) 수준의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가능한 100GW 수준까지 대폭 늘리고 탄소중립산업법을 제정해 지원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재생에너지가 우리 사회의 중심 에너지가 되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체계 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전력망 특별법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가속화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탈탄소 전환과 관련해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유상할당 비중을 확대하고 증가한 할당 수입금을 기업 탈탄소 전환에 재투자해 감축 노력이 기업의 이익으로 직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수소환원제철, 플라스틱 열분해 등 혁신기술 도입을 촉진하고, 일방형 경제구조의 순환경제로의 전환과 자원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동력기계 전동화, 건물부문 탈탄소 전환 지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규원전 건설 등 원전 정책 후퇴…고리 2호기 해체 가능성↑

기후부 출범으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에너지정책의 무게추가 신재생으로 옮겨간 만큼 원전 건설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 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대응하고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선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힌 것도 원전 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는 데 힘을 싣는 요소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신규 원전 건설은 가능한 부지가 있고 안정성이 확보되면 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산업을 대대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4월 설계 수명이 완료된 고리 2호기가 해체 수순을 밟을 경우 국내 원전 산업은 또 다시 암흑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리 2호기의 해체 결정은 재가동 심사를 앞둔 다른 노후 원전도 전철을 밟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공기업 구조조정 가능성에 사회적 갈등 부각 우려도

기후부 출범 이후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5개 발전 공기업 등이 1차 정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데 이로인한 사회적 갈등이 적지 않을 수 있어서다.

발전 공기업 노조의 반발은 기후부 출범 이전부터 시작됐다. 한수원 노조는 "기후부 체제가 원자력 정책의 혼란과 산업 위축을 현실화할 수 있다"며 정부조직 개편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중이다.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은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과 구조개편 방침에 대해 "특정 공공기관을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방식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충분한 이해관계 조정과 사회적 숙의 과정을 거쳐야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발전공기업이 통폐합되면 세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의 반발과 지역 경제 위축이 본격화될 수 있는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영조 한국중부발전 사장은 "현재는 각각의 발전사들의 인사, 급여, 시스템, 기업문화가 달라서 합치는 데 상당히 시간이 필요하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충분한 이해관계자 토론을 거쳐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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