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5개월 남은 노란봉투법…노사는 여전히 평행선만

내년 3월 10일 시행…사용자·노동쟁의 범위 확대
원·하청 직접 교섭 가능…'경영상 결정'도 파업 대상
경영계 "법 조항 모호" vs 노동계 "개정 취지 명확"
교섭창구 단일화도 문제…"다양한 교섭 보장해야"

뉴시스
2025년 10월 10일(금) 11:08
[나이스데이] 원·하청 간 직접 교섭이 가능하도록 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법)' 시행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연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사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면서 현장에 제도 안착이 가능할지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9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노동부는 내년 3월 10일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지원TF'를 발족, 지난달부터 노사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 활동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법이다. 지난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법원이 노조에 47억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 가압류 판결을 내리자, 시민단체가 노란봉투에 성금을 모아 전달한 것에서 유래했다.

법안은 첫 발의 10여년 만에 8월 24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 지난달 9일 공포됐고, 2026년 3월 10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핵심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범위 확대다.

현행 법상 근로계약 당사자만 사용자로 보지만, 앞으로는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도 사용자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또 근로자의 지위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 있을 때도 합법 파업이 가능해지는 등 노동쟁위 범위도 확대된다.

다만 법 조항의 '모호성'이 문제다. 예컨대 합법 파업이 가능한 '사업 경영상의 결정'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경우에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된다면 파업이 가능해진다.

노동부는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 의견을 반영한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주요 법리적 쟁점과 현장 우려 사항을 파악하고 검토했으며 경영계의 우려가 높은 만큼, 73여개 기업 등을 대상으로 장·차관, 실·국장이 16차례의 현장 소통을 실시했다.

하지만 노사의 시각차는 여전하다. 당초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이 강화된다며 환영했지만, 경영계는 무분별한 파업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의 이견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시행,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도 극적으로 드러났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토론회 축사에서 "지금 통과된 법안 만으로는 노조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수많은 하청노조와 교섭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교섭 안건은 무엇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요건이 명확하지 않으면 당사자가 수긍하지 못할 것이고 장기적인 법률 분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모호한 사용자 범위 문제는 현장에서 노사 간의 협의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협의를 하도록 할 경우 더욱 큰 혼란과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도 "산업현장의 혼란과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노조법상 규정된 쟁의행위 절차 준수 없이 노조 또는 근로자의 물리적 실력행사로 남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노동계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자칫 법의 적용 범위를 좁힐 수 있다고 우려하는 입장이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아직은 여러 고민들이 많은 시기이지만 개정의 당초 취지를 생각하면 그 방향은 분명하다"며 "후속조치라는 '꼬리'가 개정 노조법 취지라는 '몸통'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도 "판례가 이미 제시해온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기준을 토대로, 사용자성 판단을 보다 명확히 하고 경영권 사안이라 하더라도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 단체교섭·쟁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해야 한다"며, "개별교섭뿐 아니라 원·하청 연대교섭, 산별교섭 등 다양한 형태가 제도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현실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고 해도 당분간 현장 혼란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펌에서 인사노무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노사 입장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이 차이를 5개월 안에 좁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사법부 판례가 쌓여야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한 사업장에 노조가 2개 이상일 때 사용자가 모든 노조와 따로 교섭하는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섭대표 노조를 하나로 통일하는 제도다. 통상 조합원 수가 많은 제1노조가 교섭대표가 되지만, 대표성 문제를 놓고 법정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또 소수노조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 토론회에서 "현행 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원·하청 교섭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로,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제기된다"며 "여러 사업 또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교섭단위 통합제도를 도입해 다수의 하청노조들이 교섭단위 통합을 통해 원청과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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