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씨마를라"…규제 강화에 '전세 9년' 법안까지[부동산 대책 파장]

갱신청구권 2회, 기간 3년…'3+3+3' 법 추진
10·15 대책으로 갭투자 차단·전세대출 축소
전셋값 상승·이중가격 부작용 심화될 가능성
"3중 구조 속 임대 공급 감소·세입자 부담 증가"

뉴시스
2025년 10월 20일(월) 11:09
[나이스데이] 정부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뒤 수도권 전월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을 강화해 최대 9년까지 거주를 보장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량이 빠르게 줄며 '전세의 월세화'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범여권 의원 10명은 지난 2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임차인의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을 현행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임대차 기간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게 골자다. 이렇게 되면 현재 '2+2'로 최대 4년인 임차인의 거주 보장 기간이 '3+3+3'으로 최대 9년으로 늘게 된다.

임대인의 정보 공개 의무도 확대해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까지 임차인에게 제공해야하며, 주택을 제3자에게 양도할 때는 새 임대인의 인적사항과 재정 정보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했다. 나아가 임차보증금이 선순위 담보권, 세금 체납액 등을 모두 합쳐 주택가격의 70%를 넘길 수 없도록 했다.

문제는 10·15 대책이 실거주 의무를 강화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차단하고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성남 분당 등 경기도 12곳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3중 규제'를 도입했다. 규제지역 내에선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이내 전입 의무가 생긴다. 여기에 토허구역 지정에 따라 실거주도 2년 해야 한다.

갭투자를 차단해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는 것이 정책 목표이지만 주택 매수자의 실거주가 강제되면서 시장에 전세 매물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6·27 대책으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전면 금지된 것도 전세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구매수요 억제로 임대차 시장에 내 집 마련 실수요가 머물거나 기준금리 인하, 주택공급(입주) 감소, 전세대출 규제 등으로 전세가 상승 압력이 지속할 수 있다"며 "전세가 상승의 땔감 역할을 하던 전세대출 제한으로 갭투자 악용 이슈는 줄겠지만, 보증부 월세 등 월세화에 따른 임차인 주거비 부담은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남았다"고 짚었다.

여기에 임대차 기간을 9년으로 늘리는 법 개정안이 나오면 집주인이 전세 대신 월세나 보증부 월세(반전세)를 선호해 임대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세입자 보호를 위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시장에 적용하는 '임대차 2법'을 도입했지만 당초 취지와는 달리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 등의 부작용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국토연구원과 민사법학회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임대차2법 도입 전에는 1년간 3.86% 올랐지만, 도입 후에는 1년 6개월간 8.1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집주인이 새로 계약을 할 때 4년치 임대료 인상분을 한꺼번에 받으려고 전셋값을 올리면서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간 보증금 격차가 커지는 이중가격 문제도 나타났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갭투자 차단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든 상태에서 강화된 임대차법까지 도입되면 임대차2법 제정 이후 나타난 부작용이 한층 심화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초(1월1일) 3만1814건에서 지난 17일 기준 2만4418건으로 23.3% 감소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실거주 의무로 인해 임대 목적 매입이 불가능해지면서 민간임대 물량이 급감하면 선택지가 줄어든 세입자가 전세에서 반전세, 월세로 전환하는 게 가속화될 것"이라며 "거래는 막고, 실거주는 강제하며, 임대는 제한하는 3중 구조가 거래 위축, 임대공급 감소, 세입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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