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민 "잡초같은 삶이 재밌어요"

디즈니+ '탁류' 연출에 추창민 감독
"시즌2 욕심 있지만 염두에 두진 않아"
왈패 설정 "하층민 이야기 더 재밌어"
"나이 차 극복하려 노력…통화 많이해"
경강 배경 "CG 거의 없이 세트 지었다"

뉴시스
2025년 10월 22일(수) 13:14
[나이스데이] "자식같은 작품이니 시즌2 욕심이 안 날 순 없죠."

추창민 감독(59)은 생애 첫 시리즈, 디즈니+에 내놓을 첫 작품으로 과감히 사극을 택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이후 약 13년 만이다. 그는 '탁류'를 연출하며 "8개월 간 촬영은 힘들었지만 끝냈을 땐 홀가분 했다"고 말했다. "고생해서 만들었으니 시즌2 제안이 온다면 당연히 고민될 것 같아요. 모든 OTT 콘텐츠가 그렇듯이 시즌제를 아예 생각 안 하진 않아요. 근데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기 보단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확장됐어요."

'탁류'는 조선의 모든 돈과 물자가 모여드는 경강을 두고 인간처럼 살고자 발버둥 치는 하층민 이야기를 그렸다. 추 감독은 양반과 왕을 중심으로 다루는 기존 사극과 다르게 "잡초같은 삶"이라고 비유한 왈패로 극을 이끌어갔다. "천성일 작가가 1~2부 대본이랑 시놉시스를 주셨는데, 하층민의 이야기라 재밌더라고요. 사극 제안이 몇 번 들어왔을 땐 그게 다른 사극들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거든요. 어쩌면 한강변에 살고 있는 왈패의 삶이 현 시대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해보자고 결정했어요."

추 감독 의도대로 이 작품은 TV-OTT 드라마 부문 화제성 차트 3위를 기록하고(펀덱스), 지난 10일까지 6일 연속 디즈니+ TV쇼 부문 한국 1위에 오르는(플릭스패트롤) 등 호평을 이끌어냈다. 반면 그는 "상처 받기 싫어서 평을 찾아보진 않는다"며 "가족들 반응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찍 와서 저랑 산책하자고 했어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추 감독은 배우 한 명 한 명 성격을 기억하고 마치 어머니처럼 그들의 특징을 설명했다. "박서함 배우가 소심한 성격이라 항상 뻔뻔하라고 얘기해줬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네 편이니 주눅들지 말라고 했죠. 로운 배우는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외향적이고 거리낌 없이 어울리더라고요. 선배들인데도 형이라 부르면서 빨리 친해진 게 좋았어요. 저도 말만 해서 되는 건 아니니까 다른 배우와도 자주 통화하고 같이 놀려고 노력했어요."

"옛날엔 제가 최고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지금 보면 연출자는 다른 사람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이더라고요. 항상 그랬던 건 아니라 이번 작품부터 실천하려고 했죠. 8개월을 한솥밥 먹어야 되는데 친하지 않으면 서로 힘들잖아요. 워낙 저랑 배우들 나이 차가 많다 보니까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박서함 배우한텐 현장에 와서 사람들이랑 농담하고 사진도 찍으라고 했어요. 쉽게 풀리진 않았지만 끝날 때쯤엔 많이 좋아졌던 것 같아요."

추 감독의 이런 면모는 작품에서도 드러났다. 물을 배경으로 한 작품, 로맨스가 들어가지 않은 사극은 대중성을 잡기 힘들었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꼭 차별화를 꾀하지 않았다고 했다. "영화 '전, 란'(2024)이랑 시대적 배경도 비슷했을 뿐더러 분장 회사까지 똑같았어요. 근데 뭐든 안 겹치게 만드는 건 불가능 하니까 그냥 제대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요. 원래 있던 내용을 굳이 피해갈 필요는 없잖아요."

'탁류'에 몰입할 수 있는 추 감독의 또 다른 디테일은 세트장이다. 그는 "사실감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낙동강에 세트장을 지었다"고 말했다. "물은 변수가 많아서 정말 까다롭거든요. 그래서 고민이 많았어요. CG팀은 그냥 육지에 세트장을 짓고 물을 CG로 처리하자고 했죠. 그럼 현실감이 없어지니까 낙동강으로 정하고 옛날 강처럼 만들려고 나무 심고, 흙도 더 붓고 했어요. 홍수나 장마가 오면 설치물을 철거하는 조건이라 치웠다가 다시 지었어요. 배는 직접 페인트를 칠해서 놔두기도 했습니다."

"악인을 잘 그려야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극 중 왈패 무리는 노역꾼이 피땀 흘려 번 쌀을 세금으로 걷고, 또 윗사람에게 그걸 바치며 살아간다. 그렇다고 노역꾼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들을 무작정 욕할 순 없다. "개인적으로 대본을 읽으면서 무덕이(박지환)가 제일 좋았어요. 약자한텐 강하고, 강자한텐 약한 게 너무 인간답잖아요. 먹고 살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하는 저 캐릭터가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 싶었죠. 뛰어난 작품은 악인을 잘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탁류' 전반적인 내용에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외세는 자꾸 들어오고, 힘 센 놈은 약한 놈을 잡아먹으려고 하고, 가장 밑바닥 인생은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 치잖아요. 정확히 이 시대를 빗대서 말했다기보단 어느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예요. 그걸 왈패라는 잡초같은 인생을 통해서 표현했을 뿐입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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