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대법 재판소원 정면충돌…"헌법심 필요"vs"소송 지옥"

법사위 종감에서도 양대 기관 긴장감 표출
헌재 사무처장 "4심제, 정확한 지적 아냐"
법원행정처장 "소송 지옥 될 수밖에 없다"

뉴시스
2025년 10월 31일(금) 10:50
[나이스데이]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재판 소원'에 놓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정면충돌했다. 헌재는 "헌법심"이라고 밝힌 반면 대법원은 "소송지옥이 될 것"이라고 맞섰다.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박균택 민주당 의원이 재판 소원을 '4심제'로 일컫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로 묻자 "4심제는 정확한 지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법원 재판 역시 공권력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고 그 경우에는 헌재에서 헌법적 판단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심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 사무처장은 '재판소원 폭증' 우려에 "헌재가 37년 동안 경험을 통해 헌법소원 제도에 대한 여러 심사기준을 확립하고 있다"며 "헌재 재판부는 여러 심사 기준을 적용해 어렵지 않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사건이 폭주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행정적인 부담 이런 것들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손 사무처장은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도 "헌법에서 각기 다른 사법기관으로서 법원과 헌재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재판소원을 도입했다는 것만으로 4심제 또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은 헌법 해석론으로서는 조금 무리한 해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법관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송 의원이 재판소원 도입 동의 여부를 묻자 "어느 여당 위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소송 지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서는 결국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실질적으로 4심제이고 어떤 명목을 갖다가 이것을 포장하더라도 (판결이) 확정이 되든 된 후든 모든 사건을 헌재가 골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면 4심제가 디폴트(기본)가 될 수밖에 없다면"이라고 전제했다.

천 처장은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도 "네 번째 재판을 전제로 하고 있고 헌재에서 임의로 사건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이상 법조인들에게는 정말 좋은 제도일 수 있다. 사건이 늘어나기 때문에"라며 "서민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소송비용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들이, 서민들이 사법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저비용 방식으로 우리가 지혜를 모아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재판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소원을 청구해 헌재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 받은 자는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도 법원의 재판은 그 대상에서 예외로 규정한 현행 헌재법 68조를 개정하자는 취지다.

당초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재판소원 도입을 사법개혁안에 포함시킬지를 논의했으나 최종적으로 지난 20일 발표한 방안에서는 빠졌다. 민주당은 대신 이를 당론으로 추진키로 하고 법 개정에 나서기로 한 바 있다.

대법원은 재판소원 뿐만 아니라 여권의 사법개혁안에 포함된 대법관 증원(14→26명)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천 처장은 이날도 대법관 증원에 대한 질문에 "사실심(1·2심)에 있는 고경력 우수 법관들을 연구관으로 많이 데려와야 되므로 사실심 재판 역량이 약화되고 대법원이 기본적으로 사실심화 될 뿐만 아니라 저비용 고효율의 우리 사법시스템이 고비용 저효율로 바뀌어 국민들에게 모든 부담이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적정한 수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말"이라며 "여러 면에서 대폭 증원에 대해서는 신중히 공론을 거쳐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또 천 처장은 '법 왜곡죄'(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해석하는 검사와 판사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법안) 도입을 두고도 "심판을 심판한다는 법"이라며 "심판, 재심판, 재재심판 이렇게 무한 확대될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끝없는 고소·고발로 분쟁 종식이 아닌 분쟁을 확대 재생산하는 사회 안정성 침해, 사회 통합 침해"라며 "공론화 절차를 통해 무엇이 국민에게 유리한 사법제도인지 모든 사법, 국회 관련자들이 모여서 이야기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대법원도)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천 처장은 최근 여권에서 나오는 법원행정처 폐지론을 두고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 2018년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에 행정처를 폐지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지만 21대 국회 심의 과정에서 결국 대안이 없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천 처장은 "오히려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들에 대해 '사법부 독립이나 여러 면에서 치명적 위험이 있다'는 차원에서 (당시) 반대 의견을 제출했고 결국 국회에서 폐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또 "지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폐지 또는 대폭 축소를 전제로 인력이 34∼35명에서 10∼11명까지 줄어든 적이 있다"며 "그 기간 재판 지연과 국민 불편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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