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타결 하루 만에 엇갈린 한미…"100% 시장 개방" vs "추가 개방 없어"

러트닉, SNS에 관세협상 세부안 소개…"3500억불 대미 투자"
'한국, 시장 100% 완전 개방 동의' 주장…정부 발표와 상반돼
정책실장 "쌀·쇠고기 등 농업 추가 시장 개방은 철저히 방어"
"변경된 사항 없어"…한미 FTA로 美 수입 99.7% 이미 무관세
반도체 관세, 대만比 불리하지 않게…미·대만 협상 마무리돼야
협상마다 반복되는 '진실 공방'…"통상 협력 MOU 마련 속도"

뉴시스
2025년 10월 31일(금) 10:55
[나이스데이]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가 마무리된 지 하루 만에 양국 간 발표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추가 개방은 없다'고 못 박았다.

정부의 설명에도 혼선이 커지면서, 통상 당국은 이른 시일 내에 통상 협력을 명시한 양해각서(MOU) 문건을 마련할 방침이다.

31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의 엑스(X·옛 트위터)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지난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세협상 세부 합의 결과를 소개하는 글을 게시했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며 "첫 투자 분야인 조선업엔 최소 150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내 선박 건조 사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0억 달러는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인프라, 핵심 광물, 첨단 제조업,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미국 내 여러 프로젝트에 활용된다"고 부연했다.

문제가 된 건 '한국이 그들 시장의 100% 완전 개방에 동의했다'는 부분이다. 앞서 대통령실이 이번 협상에서 시장 개방은 없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 주장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정상 간 합의 직후 "농산물 추가 시장 개방에 대해 철저히 방어했다"며 "민감성이 높은 쌀·쇠고기 등을 포함해 농업 분야에서 추가 시장 개방에 대해 철저히 방어했고 검역 절차에서 양국 간 협력 소통 강화 정도로 합의했다"고 자평한 바 있다.

통상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 역시 러트닉 장관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1만2000여개 제품 가운데 99.7%는 무관세다. FTA에 따라 2031년까지 수입품 99.8%에 대해 관세가 사라질 예정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국은 이미 모든 미국산 상품에 대해 시장이 개방돼 있다"며 "이번 합의를 통해 추가적으로 변경되는 사항은 없다"고 확실히 했다.

아울러 러트닉 장관이 해당 게시글에서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도 양국 간의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이번 협상을 통해 우리나라 반도체 품목 관세는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에서 정하기로 했다. 앞서 한미 관세협상 타결 당시에도 한국은 반도체 관세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확보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이미 99.7% 관세를 철폐했으며 이번 협상을 통해 추가로 개방된 건 없다"며 "반도체 관세는 대만과 미국의 협의가 마무리돼야 결정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미국과 대만 간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구체적인 반도체 관세 수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철강과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바 있다.

한미 간의 진실 공방은 협상이 끝날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30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 당시에도 미국은 '한국이 농산물을 포함해 시장을 개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의 '성과 부풀리기'로 인해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정부는 한미 정상이 지난 29일 합의한 내용을 명문화하기 위해 관세·안보 분야를 포괄하는 팩트시트를 곧 발표할 계획이다.

산업부도 양국 간 통상 협력의 내용을 담은 MOU를 마련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서명하고 관세도 인하하려고 한다"며 "합의를 해야 법안 발의 등 국내 절차가 진행될 수 있어 가급적 조속히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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