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때 수급 못 맞춰 쌀값 요동…AI·POS 데이터로 잡는다

이상기후 속 쌀 생산 변동↑…격리 지연 수급불안 심화
농식품부, 'AI예측 모델' 연내 도입…격리시점 등 판단
외식업체 10만곳 POS 데이터 분석…쌀소비 흐름 '파악'
현행 시장격리 기준 재검토…'정부 선제개입 근거' 마련
"정확성·효율성↑…쌀 수급 불안정 문제 크게 개선될것"

뉴시스
2025년 11월 07일(금) 17:18
[나이스데이] 정부가 쌀값 불안을 잡기 위해 '인공지능(AI) 예측 모델', '소비데이터 분석', '시장격리 제도 손질'을 결합한 새 수급관리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생산과 소비 데이터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수급 조정이 늦어지는 기존 구조를 개선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시장 변동을 미리 감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쌀 소비 감소·이상기후 속 생산량 변동↑…시장격리 지연 겹치며 수급 불안 심화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쌀값 급등락을 막고 수급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새 관리체계 구축에 착수했다.

구체적으로 ▲AI 예측모델 도입 ▲포스(POS·판매관리시스템 단말기) 데이터 기반 소비 분석 ▲쌀 수급제도 개편 등 쌀 수급을 사전에 예측하고 조정할 수 있는 세 가지 장치를 동시에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쌀 소비 감소와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량 변동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시장격리 시점이 늦어지면서 불안정해진 쌀 수급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쌀값 폭락과 더불어 12만8000t의 쌀 초과 예상생산량이 관측되자 이를 웃도는 20만t을 선제적으로 격리한 바 있다. 이후 공공비축미 잔여 예산을 통해 6만2000t을 추가 매입해 총 26만2000t을 시장격리했다.

하지만 벼멸구 등 병충해 영향으로 실제 쌀 초과생산량이 예상량보다 7만t 이상 적게 집계되면서 민간재고가 부족해졌고, 이에 올해 쌀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20㎏ 쌀 소매가격은 6만4988원으로 전년보다 20%(19.6%)가량 상승했다. 산지쌀값은 지난달 25일 기준 20㎏당 5만7403원으로, 1년 전보다 25.5% 뛰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는 이상기후로 해마다 생산량 변동 폭이 커지는 데다, 밥쌀 소비는 줄고 있어 수급을 예년 방식으로만 관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통합분석 'AI예측 모델' 연내 도입…생산량·격리시점 등 판단↑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식품부는 AI를 기반으로 한 쌀 수급 예측 모델을 연내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핵심 축으로 흩어져 있던 생산·소비·재고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쌀 수급 대책은 양곡관리법에 따라 매년 10월 15일까지 세워야 하지만, 이때 활용 가능한 데이터는 국가데이터처(전 통계청)의 '예상 생산량'(해당 연도)과 1~2년 전 소비량 통계로 제한적이다.

이처럼 시차가 큰 자료로 정책을 세우다 보니 정교한 수급 관리에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농식품부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농촌진흥청·국가데이터처 등에서 생산하는 정보를 한 곳에 모아 AI 기반 모델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여기에 기후·병충해 정보 등을 연계해 예측 정확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AI 예측모델은 KREI 농업관측센터에 설치돼 7~8개 기관의 생산·재고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고, 결과를 모니터링 화면에 그래프·차트 형태로 실시간 표시한다.

정책 담당자들은 이를 통해 쌀값 변동과 수급 불균형 신호를 조기 감지할 수 있게 되고, 이전보다 더 적절한 시점에 시장격리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수급 예측 시스템은 과거 10~20년간의 소비 데이터를 학습시켜 내년 소비량을 예측하는 방식"이라며 "기후변화나 병충해 발생률, 재배면적 변동 등을 반영해 쌀 재배·타작물 전환·직불금 규모까지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전국 외식업체 10만여곳 POS 데이터 수집·분석…쌀 소비 흐름 '실시간 포착'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포스(POS) 데이터를 기반으로 외식 등 민간 소비 흐름을 실시간으로 포착해 쌀 수요 예측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POS는 음식점 등 매장에서 결제 시점의 영수증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엔 결제 당시 단말기에 입력되는 판매 내역과 금액이 자동 기록되는데, 이를 통해 어떤 메뉴가 언제·얼마나 팔렸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전국 외식업체 10만여 곳의 영수증 판매정보를 분석해 공기밥·김치볶음밥 등 쌀이 포함된 메뉴의 판매량과 점포수를 파악, 국민의 실제 외식 쌀 소비량을 월별로 추정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런 분석 결과를 AI 예측모델과 연계해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른 쌀 수요를 사전에 파악하고, 생산·재고 조정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시장격리 기준 재검토…'정부 개입 근거' 마련해 선제 대응체계 전환

이와 병행해 농식품부는 내년 양곡관리법 시행에 앞서, 초과 생산 3%·가격 하락 5% 이상일 때 개입하도록 한 현행 시장격리 기준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시장격리 요건이 지나치게 사후적 판단 기준에 머물러 있어 정부 개입 시점이 늦어지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이에 따라 양곡관리법상 시장격리 조항을 정량적 요건과 절차 중심으로 법제화해, 위기 발생 전 단계에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 개입의 법적 근거와 의무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제도 개선에 AI 등 디지털기술 접목…수급 불안 문제 크게 개선될 것"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라며 "AI 기반 예측과 포스 데이터 분석, 제도 개편 등을 통해 쌀 수요와 생산의 불일치를 최소화하고, 격리 여부를 보다 과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도 "단순히 제도만 개선하는 게 아니라 AI와 결제데이터 같은 디지털 기술을 정책에 접목하는 건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방향"이라며 "예측-조정-격리의 전 과정을 데이터 중심의 '선제적 수급 조절' 체계로 전환한다면 향후 쌀 수급 불안정 문제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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