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미술 정수 한 자리에…국중박, 첫 '이슬람실' 신설

22일부터 10월 11일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시
'초기 쿠란 필사본' 등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품 83건 공개
유홍준 "인류 문화의 다양성·공존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

뉴시스
2025년 11월 21일(금) 16:14
[나이스데이] "그곳(성전)에 들어간 자는 안전하다. 그분의 집을 순례하는 것은 신께서 명하신 것이니, 그곳에 갈 능력이 되는 자에게는 의무이다."

'쿠란' 경구가 쓰인 '미흐랍 석판'이 국립중앙박물관 세계 문화관 이슬람실 중 이슬람 사원을 재현한 전시 공간 중 '메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

권혜은 학예연구사는 2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언론 공개회에서 "하루에 5번씩 무슬림들이 기도를 올리는데 아무 데서나 하는 것이 아니라 메카를 향해 기도한다"며 "미흐랍 석판이 바로 이제 무슬림들에게 신자들이 이제 모스카 안에 들어오면 바로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미흐랍 석판에 이 아치가 또 하나가 있고 그 안에 촛불이 켜져 있는 등잔이 있다"며 "이번 전시가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인데, 등잔에 있는 빛은 이슬람에서 진리이자 신 자체를 의미하다"라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신설한 이슬람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품 83점을 선보인다. 대형 쿠란 필사본, 초기 쿠란 필사본 등 대표 유물들이 대거 공개된다.

권강미 학예연구관은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과 협업해 대표 소장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라며 "스페인에서 중국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펼쳐진 이슬람 미술 1400여 년의 여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품 중 대표작 83점이 출품되어 뛰어난 장인 정신과 미적 감각, 그리고 예술을 통한 문화 교류의 진화를 만나보실 수 있다"고도 했다.

전시는 종교 미술, 문화의 포용과 확장, 궁정 문화와 필사본 등 3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이슬람 문화의 다양성과 폭넓은 미감을 전달한다.

쿠란 필사본은 양피지에 쓴 초기 필사본에서 티무르 제국 대형 필사본까지,이슬람 문자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전시는 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이슬람 미술을 종교미술, 문화의 포용과 확장, 궁정 문화와 필사본 등 3가지 주제로 이슬람 문화 다양성과 폭넓은 미감을 보여준다.

권 학예연구사는 초기 필사본에 대해 "이슬람 국가에서 보기 드문 7세기 후반에 제작된 필사본"이라며 "대형 필사본과의 시기에 달라서 서체가 굉장히 다르고 장식하는 것들도 다르다"고 소개했다.

"4개의 필사본에서 다양한 서체들이 드러나 그 시대에 따라서 다양한 서체를 감상해 보실 수 있다"라며 "쿠란은 지류라서 11개월 전시 기간에 한차례 교재 전시가 있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라베스크·기하학적 무늬·서예로 종교 공간을 장식했던 미흐랍 석판, 모스크 램프, 기도용 카펫, 타일과 문 등 건축 부재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 공간은 돔 지붕과 팔각형 구조로 구성되어 모스크의 공간감을 구현했다.

이현숙 디자인전문경력관은 "이슬람 건축에서의 모스크, 광장, 이슬람 서예와 미술에 영감을 받아 대칭, 기하학이란 이슬람 미술의 표현 규칙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슬람 미술의 질서를 표현하고자 했다"며 "4개 창문을 통해 모스크의 내밀한 공간과 중정, 응접실 등이 서로 연결되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의 교류와 확장의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에는 천문을 관측하는 도구 '아스트롤라베'가 보인다.

권 학예연구사는 "이 '아스트롤라베는 그리스에서 유래한 기구인데 처음에는 방향을 단순하게 방향이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이슬람에서 이 아스트롤라베가 크게 발전하게 돼서 다양한 세계가 보여서 '손안의 작은 우주'라는 제목을 붙였다"라며 "이 안에 별자리와 달력과 위치와 모든 걸 확인을 할 수 있어서 항해할 때 필수적인 요소"라 설명했다.

'잠금장치가 있는 귀중품 상자', '모스크 램프' 등 금속공예품, 유리 공예품, 도자기는 이슬람의 포용과 확장 과정의 증거다. '천 송이의 꽃과 벽감무늬 카펫', '왕좌용 카펫' 등 화려하고 정교한 카펫과 직물, 장신구는 제국의 권위와 세련된 품격을 보여준다.

'샤나메(왕들의 책) 필사본 중 샴사 장식', '샤나메(왕들의 책)' 필사본 삽화' 등 왕실 후원으로 만들어진 필사본은 종교, 문학, 역사, 과학이 어우러진 종합 문화유산으로 수준 높고 정교한 이슬람 예술로 평가받는다.

권 학예연구사는 '샤나메(왕들의 책) 필사본 중 샴사 장식'에 대해 "단순한 문양에서 선들이 퍼져 나가는 걸 볼 수가 있는데 이 선을 연결하면 일치하는 지점이 있는 정확한 대칭과 반복의 미학이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며 "그 안에는 캘리그래프를 장식하고 이 꽃 주변에는 화려한 다마스쿠스 아라베스크의 모양을 장식한 것을 볼 수가 있어서 이 유물이 이슬람의 미술를 보여주는 정수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화려한 치장들을 가진 귀족들이 왕실의 권위와 자기 권위를 과시하는 도구로 이 장신구들이 사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시실 안에는 도하 이슬람 예술박물관 대표 전시 공간 '다마스쿠스 귀족의 응접실'이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휴식 공간으로 조성돼 있다. 전시 관람 후 이어지는 중앙아시아실과 인도·동남아시아실에서도 다양한 세계 문화를 체감할 수 있게 구성됐다.

권 학예연구사는 "이슬람 미술은 시대와 대륙을 넘나들며 다양한 재료가 섞이게 된다"며 "이슬람 문화가 무력으로 이제 그 나라를 점령한 것만이 아니고 바다와 시대와 대륙을 건너면서 확장해 가면서 미술도 굉장히 확장돼 나갔다는 것을 이 작품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를 위한 '아하! 배움 공간', 촉각 체험 '아하! 감상 포인트', 기하학무늬를 조합한 '디지털 체험' 등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과 협력하여 이슬람 미술을 소개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관람객들이 시대와 지역을 넘어 찬란하게 꽃피운 이슬람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인류 문화의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한한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샤이카 나세르 알-나스르 관장은 "이번 전시는 예술이란 보편적 언어를 통해 문화적 대화와 상호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예술이 사람들을 연결하고 국경을 넘어 이해를 넓히는 힘을 함께 기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내년 10월 1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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