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피격 은폐 의혹' 文정부 안보라인 1심 전원 무죄…法 "증거 부족"

北의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하려 한 혐의
2022년 12월 순차 기소…3년만 1심 결론
檢 "공권력 악용" 이유로 실형 구형했으나
法 "섣불리 형사책임 묻는 것엔 신중해야"
유족은 "오늘 판결 납득 어렵고 의문 들어"

뉴시스
2025년 12월 26일(금) 16:41
[나이스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시도 및 '월북 몰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안보 라인 인사들이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이 2022년 말 차례로 기소된지 약 3년 만에 나온 1심 결론이다.

재판부는 "절차적인 면에서 위법이 있다고 볼 증거와 내용적인 면에서 허위가 개입돼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고(故) 이대준씨에 대한 실종 보고 피격·소각 사실 보고 및 전파,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국정원 등의 대응, 해경의 수사 진행 및 수사 결과 발표 등에 있어 절차를 위반하는 등의 하자가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언론 등 대외적 발표를 할 때도 절차를 통해 내려진 판단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려 애쓴 것으로 보일 뿐, 내용에 있어 '허위'가 개입돼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피격·소각 사실을 보고받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사실을 확인해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릴 것'을 명확하게 지시했고, 이에 따라 후속 조치가 이뤄졌다"며 "검사 주장에 따르면 피고인들이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지시를 어겼다는 것인데,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월북 몰이' 의혹에 대해선 "판단의 시기에 있어 성급하고 섣부르거나 내용이 치밀하고 꼼꼼하지 못했단 지적·비판을 가할 순 있어도, 미리 특정 결론이나 방향을 정해 놓고 그것에 맞춰 회의를 진행하거나 수사를 계속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국가는 국민이 어떤 의혹을 가지는 것에 대해 공식적인 판단을 제시할 의무가 인식된다. 제한된 정보만을 갖고 있더라도 최대한 분석하거나 추가 정보를 모아 공식적이고 통일된 판단을 내리고 이를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제한된 정보이기는 하나 나름의 판단을 내리고 그 결론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한 상황인지 여부'에 대한 국가 당국 책임자들의 판단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사건의 경우 피격·소각 사실 자체를 확정하기 위해 추가로 첩보를 분석·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는 바람에 빠른 시간 내에 망인이 실종된 경위 자체에 관한 판단 및 그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제기된 판단 및 근거가 절차에 따라 진지하게 이뤄졌고, 그 내용이 합리성과 상당성을 결여한 것이 아니라면 이를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일련의 과정을 섣불리 형사책임의 영역으로 끌고 오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당국, 특히 책임자들은 판단의 적정성 못지않게 적시성, 신속성이 중요한 결정이나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 사후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주저하거나 미루는 태도를 보이게 되고, 이는 우리 사회 전체에 더 큰 무형적 피해를 야기할 위험성이 상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국 책임자들이 내린 판단 및 그 근거에 형법상 사실이 아닌 허위가 있는지 여부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기초를 두고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사후적으로 순수한 객관적 기준에서 판단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사건 판결이 망인의 월북 여부를 확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검사가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으로, 제출된 증거만으로 피고인들을 형사 처벌할 수 있을 정도로 유죄가 인정되는지 여부만을 판단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서 전 실장은 "재판부가 실체적 진실을 잘 판단해 주셨다. 지난 정권과 검찰이 무리해서 기소한 사건인데 잘 마무리 됐다"며 "이 일로 인해 안보기관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상당히 위축돼 있다. 정책적 판단의 문제를 형사 법정으로 가져오는 일은 이제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무도한 행위로 돌아가신 고인에게 안타까움을 전하고, 유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전 원장 역시 "현명한 심판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정치 검찰, 국정원이 되지 않기 위해 더 개혁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반면 고(故) 이대준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오늘 법원의 판단은 전문성이 하나도 없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을 오히려 정당하다고 주장한 것"이라며 "판결에 대해서 납득하기 어렵고, 의문점이 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2020년 9월 고(故) 이대준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살해되는 일이 발생했는데, 정권이 바뀐 후인 2022년 6월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며 이 사건이 시작됐다. 감사원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국정원도 박 전 원장 등을 고발했다.

검찰은 이들이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격됐다는 첩보가 확인된 후 당시 남북 관계 악화를 우려해 이씨의 피격 및 소각 사실을 은폐하고, 이씨가 자진 월북했단 내용의 허위 공문서를 작성 및 배포했다고 보고 2022년 12월 순차 기소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서 전 실장은 2022년 9월 22일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격됐다는 첩보가 확인된 후 합참 관계자들과 해경청장에게 보안 유지 조치를 지시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 같은 날 피격 사망 사실을 숨긴 상태에서 해경으로 하여금 실종 상태에서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원장은 보안 유지 방침에 동조하며 사건 1차 회의가 끝난 뒤 이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 등 자료를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서 전 장관도 해당 회의 직후 국방부 실무자에게 밈스(MIMS, 군사정보체계)에 탑재된 첩보 문건의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취지가 담긴 보고서와 허위 자료를 작성해 배부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서 전 실장에게 징역 4년을, 박 전 원장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서 전 장관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김 전 청장에게도 징역 3년을, 노 전 실장에겐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고위 공직자인 피고인들은 국가 존재 의의인 국민 생명 보호 의무를 저버리고 과오를 숨기기 위해 공권력을 악용해 공용 기록을 삭제하는 등 대한민국 국민에게 허위 사실을 공표해 속였다"며 "당사자를 월북자로 낙인찍고 유가족도 낙인찍은 심각한 범죄"라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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