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의 두 약속, 2026년 순천만이 다시 철새에게 답하다
2006년의 두 약속, 순천만의 선택 손태성 기자 sts8000@naver.com |
| 2026년 05월 13일(수) 1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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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념일은 결국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했다.
“철새가 머무는 도시는 어떤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지난 20년, 순천만은 그 질문에 개발이 아닌 보전으로, 방치가 아닌 복원으로, 행정 주도가 아닌 시민과 주민의 참여로 답해 왔다.
◇ 2006년의 두 약속, 순천만의 선택
2006년 순천만은 국내 연안습지 최초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되며, 국제적으로 보전해야 할 중요한 습지로 인정받았다.
같은 해 시작된 세계 철새의 날은 매년 5월과 10월 둘째 주 토요일을 중심으로 기념되는 국제 캠페인으로, 철새와 이동경로, 서식지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오늘의 순천만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1990년대 순천만은 골재채취, 하천정비, 주변 개발 압력 속에서 훼손 위기에 놓여 있었다.
그랬던 순천만이 전환기를 맞은 것은 시민과 행정이 이 공간을 ‘아직’ 개발되지 않은 땅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바꿀 생태자산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람사르습지 등록 이후 순천시는 철새 서식지 확대, 흑두루미 먹이터 조성, 전봇대 철거, 친환경 농업, 주민 참여형 갈대 관리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순천만은 흑두루미, 저어새, 큰고니, 도요물떼새 등 다양한 철새가 찾아와 머무는 생명의 정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 순천만이 세계와 맺은 약속은 분명했다.
이 갯벌을 개발의 마지막 공간이 아니라, 생명이 머무는 미래의 공간으로 지키겠다는 약속이었다.
◇ 복원으로 돌아온 생명, 현장에서 증명되는 순천만의 변화
지난 20년간 순천만은 그 약속을 지켜왔다.
갯벌을 메우는 대신 보전해 왔고, 철새의 비행을 방해하는 시설을 걷어냈으며, 사람의 접근을 조절해 생명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넓혀 왔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니라 순천만을 생태도시의 상징이자 생태관광의 기반으로 키운 전략이었다.
그 변화는 최근 순천만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복원습지에는 북상하지 못한 흑두루미 한 쌍이 여전히 머물고 있으며, 연꽃복원습지에는 장다리물떼새가 찾아왔다.
흑두루미와 저어새가 함께 관찰되는 장면도 포착됐고, 주차장 인근에서는 꼬마물떼새의 번식도 확인됐다.
이러한 장면들은 단순한 조류 관찰 기록을 넘어선다.
새가 돌아오고, 둥지가 생기고, 서로 다른 종이 같은 습지를 이용한다는 것은 지난 20년간 이어 온 복원과 보전 정책이 실제 생명의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주민이 지키고 시민이 기록하는 순천만
순천만 보전의 특별한 점은 행정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순천시는 순천만을 터로 잡고 살아온 주민들을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보전의 주체로 바라보며 순천만 관리에 함께 참여시켜 왔다.
주민들은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 친환경 농업, 철새 지킴이 활동, 갈대 베기, 갈대울타리 설치, 환경정비 등에 참여하며 순천만의 생태적 질서를 유지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주민들은 자연을 지키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역할과 일자리를 찾았으며, 세계적인 생태 습지에 기여한다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
방문객 역시 순천만 보전의 또 다른 참여자가 되고 있다.
순천만에서는 동행해설, 갯벌탐험, 조류탐험, 힐링탐조 등 다양한 생태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방문객은 해설을 통해 순천만의 역사와 보전 이야기를 듣고, 갯벌 생물과 계절별 철새를 직접 관찰하며 습지 보전의 의미를 체감한다.
철새를 조용히 바라보고, 생명의 흔적을 기록하는 경험은 순천만 관광을 단순한 관람에서 배움과 참여의 생태체험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 생태가 경제를 견인하는 도시, 순천의 다음 20년
순천만 보전은 생태계만 살린 것이 아니라 도시의 방향도 바꾸었다.
순천시는 순천만 보전, 국가정원 조성, 생태관광, 주민 참여, 정주환경 개선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왔다.
그 결과 순천만은 순천을 대표하는 도시 브랜드가 됐고, 국가정원은 도심과 습지 사이를 잇는 생태적 전이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생태는 순천의 경제 지형도 바꿨다.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은 지역 상권과 연결되고, 생태체험 프로그램은 해설, 교육, 콘텐츠 분야의 일자리로 이어지고 있다.
잘 보전된 자연환경은 도시의 품격을 높였고, 질 높은 정주환경은 사람과 기업이 순천을 선택하는 기반이 됐다.
순천시는 람사르습지 등록 20주년을 맞아 다시 다음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순천만과 동천하구, 농경지와 복원습지를 하나의 생태축으로 연결하고, 흑두루미를 비롯한 다양한 철새가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서식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2026년은 순천만 람사르습지 등록 20주년이자 세계 철새의 날 20주년이라는 점에서 순천만 보전의 의미를 시민과 다시 공유할 중요한 해”라며 “지난 20년간 이어 온 복원, 주민 참여, 생태관광의 성과를 바탕으로 철새와 사람이 함께 머무는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손태성 기자 sts8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