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느 원이는 왜 '억까' 희생양 됐나…K-팝 인기에 '무임승차 소비' 멈춰야

브이로그 속 무심코 던진 "무섭노"에 무책임한 '일베' 낙인찍기"'무섭노'는 의문형 종결어미 맞아"

뉴시스
2026년 07월 06일(월) 10:01
[서울=뉴시스] 제나, 원이. (사진 =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나이스데이] 최근 가요계에 가장 다정한 온기로 스며들며 이른바 '국민 아이돌'의 궤적을 밟고 있는 그룹 '리센느(RESCENE)'가, 역설적이게도 가장 차갑고 메마른 이념 논쟁의 한복판에 섰다.

발단은 리더 원이가 일상적인 브이로그 영상에서 무심코 던진 "무섭노"라는 한마디였다. 스물두 해 동안 경남 거제라는 구체적인 장소에서 호흡하며 체화한 자연스러운 모국어가, 누군가의 얄팍하고 자의적인 잣대에 의해 순식간에 '혐오의 언어'로 둔갑해 버린 것이다.

타인의 말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그 말이 태어난 삶의 배경과 시간을 마주하려는 최소한의 윤리적 인내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오해하려는 관성이 얼마나 더 빠르고 잔인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어느 다큐멘터리 연출가의 성급한 문제 제기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언어학자들의 객관적인 증거와 수많은 지역 화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잇따랐음에도 멈추지 않았다. 진실의 여부보다는 자신들이 구축해 놓은 '혐오의 계보' 안에 무고한 아이돌을 끼워 맞추려는 소수의 맹목적인 태도만이 앙상하게 남았다. 충분한 검증 없이 단어의 파편 하나만 떼어내어 한 사람의 생애 전체를 특정 프레임에 가두는 행위는, 그 자체로 기형적인 폭력이다.

경상도 출신 전문가 또는 방송인들은 원이의 사투리에 대해 일방적인 프레임을 가져가는 건 무리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일례로 울산 출신으로 과거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박준형의 생활사투리'로 인기를 누린 코미디언 김시덕은 5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 아무 생각 없이 사투리를 쓰면서 살다가 경상도 사투리로 돈을 벌기 시작하며 정말 많은 방언 관련 자료들과 책들을 찾아봤었다. 리센느 원이 님이 썼던 '무섭노'는 의문형 종결어미가 맞다. 언제부터 '-노'라는 사투리를 쓰면 일베로 몰아가는 분들이 있어서 '뭐라노, 와이카노, 일베 아이다'라고 대꾸를 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상도 사투리 역시 깊게 알아보면 '있어요? 없어요?'를 예를 들어 경북은 '있니껴? 없니껴?', 경남은 '있으예? 없으예?'다. 더 깊게 알아보면 부울대(부산 울산 대구) 같은 광역시 사투리에서도 다르고 더 깊게 들어가면 마창진(마산 창원 진해), 거통남(거제 통영 남해) 소도시 사투리도 서로 다른 점이 있다. 심지어 할매, 할배들이 쓰시던 사투리와 요즘 세대들이 쓰는 사투리가 또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억양만 남아 가고 단어들이 잊혀지며 종결어미까지 희미해지고 있는데, 사투리 역시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자산"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리센느. (사진 =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맥락에서 리센느가 멤버들의 고향인 거제, 수원, 경주, 고양 등 여러 지자체의 홍보대사로 활약하며 지역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국을 누비며 지역과 호흡하는 이들의 행보는 역설적으로 지역 방언에 대한 보다 섬세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증명한다. 섣부른 오해와 편견으로 사투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고유한 문화적 자산인 지역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끌어안을 때 비로소 지역 사회와 K-팝 산업이 온전히 상생하는 '윈윈(Win-win)'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K-팝에 무임승차하는 정치권의 선정적 소비

더욱 비애감을 안기는 것은 이 '억지 논란(억까)'에 앞다투어 숟가락을 얹으며 덩치를 키운 정치권과 유명인들의 행태다. 젊은 가수의 평범한 일상어가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들의 이념적 선명성을 과시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업계 내부에서는 씁쓸한 자조와 함께 날 선 비판이 터져 나온다. 평소 K-팝 산업의 건강한 부흥이나 창작자들의 권익 보호에는 일말의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던 이들이, 오직 누군가를 깎아내리고 화제성을 착취할 '스피커'가 필요할 때만 아이돌을 선정적으로 소비한다는 지적이다. K-팝의 눈부신 성취 뒤에 숨어, 자신들의 정치적 셈법을 위해 억울한 희생양을 만들어내는 무책임한 관행은 이제 도마 위에 올라야 한다.

물론 특정 커뮤니티의 비틀린 혐오 의식과 낡은 사고방식을 도려내는 작업은 우리 사회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당면 과제다. 일베식 혐오 표현은 마땅히 근절돼야 한다. 그러나 그 잣대는 혐오가 배태되는 구조적인 맹점을 짚어내는 치열하고 깊이 있는 성찰을 향해야지, 급상승 중인 인기 아이돌에게 얕고 표면적인 추정만으로 '낙인'을 찍는 손쉬운 마녀사냥이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며 무고한 피해자에게 사상을 검증하려는 그 오만한 시선이야말로, 그들이 그토록 타파하고자 하는 편향되고 닫힌 사고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닌가. 타인의 언어를 훔쳐 자신들의 도덕성을 증명하려는 시도는 공허할 뿐이다.

[서울=뉴시스] 리센느. (사진 =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역설적으로 증명된 인기의 무게

시선을 돌려보면, 이토록 가혹하고 과도한 현미경 잣대는 리센느라는 그룹이 현재 대중의 일상 한가운데로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설적인 방증이기도 하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이라지만, 그 그림자를 핑계로 아이돌을 함부로 난도질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아이돌은 대중의 결핍을 위로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다정한 이웃이지, 정치적 논쟁의 대리전을 치르기 위해 존재하는 샌드백이 아니다. 말의 무게를 견디며 묵묵히 무대 위에서 땀 흘리는 어린 아티스트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날 선 사상 검증이 아니다. 그들의 구체적인 삶과 서사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섣불리 단정 짓지 않는 성숙하고 따뜻한 시선이다.

K-팝 업계 관계자는 "혐오를 근절하겠다는 명목하에 또 다른 혐오를 생산하며 아이돌을 소모품 취급하는 폭력적인 행태부터 우리 사회는 시급히 멈춰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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