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다시 90弗대…'150원 낮춘' 최고가격제 셈법 복잡

7차 150원 인하 한 달…국제유가 한때 90달러 넘어서정부, 8차 최고가격 고시 앞두고 가격 조정 수준 고심호르무즈 봉쇄 변수에 최고가격 유지·유보 가능성↑

뉴시스
2026년 07월 21일(화) 11:3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해상 봉쇄 재개를 선언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지난 14일 서울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나이스데이] 정부가 국제유가 하락세를 반영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리터(ℓ)당 150원 낮춘 지 한 달 만에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이번 주 8차 최고가격 고시를 앞둔 정부는 최고가격 조정과 제도 종료 여부를 놓고 다시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2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4주 간격 조정 주기에 따라 이번 주 8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고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0시부로 7차 최고가격제를 고시하며 휘발유·경유·등유의 최고가격을 ℓ당 150원씩 인하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은 4주간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설정됐다.

정부는 당시 미국·이란 종전 합의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기대 등으로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로 하락한 점을 최고가격 인하 배경으로 제시했다.

당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1.92달러,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75.50달러, 두바이유는 배럴당 64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정부는 최고가격 인하와 함께 제도의 연착륙 방안도 검토해왔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중동 정세 불확실성과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30년 만에 도입된 한시적 조치인 만큼, 제도 종료 이후에도 주유소 판매가격이 급등하지 않도록 시장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무게를 뒀다.

다만 이후 중동 상황이 급변하면서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종료의 핵심 요건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를 꼽아왔지만, 이란이 지난 12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식화하고 홍해에서도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원유 수송 불확실성이 다시 커졌다.

국제유가도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오전 기준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약 3% 상승하며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고, WTI도 배럴당 84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정부는 8차 최고가격 고시를 앞두고 선택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오른 만큼 최고가격을 추가 인하하기는 어려운 반면, 가격을 인상할 경우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8차 최고가격을 한 차례 더 유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이용객이 주유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정부는 앞서 지난달 18일에도 7차 최고가격 고시를 앞두고 6차 최고가격을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 당시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을 포함한 종전 양해각서(MOU)에 최종 서명하는 등 중동 정세가 급변하자 정부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번 주말에 호르무즈 통항 등의 상황이 급변할 수 있어 (최고가격을) 다시 한 번 판단할 수 있도록 6차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당시와는 방향은 다르지만 중동 정세가 다시 급변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8차 최고가격 결정을 신중하게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정부가 7차 최고가격으로 각 유종의 가격을 ℓ당 150원 인하한 이후에도 개별 주유소의 가격 인하 속도는 더딘 모습이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주유소별 재고 물량과 판매량 차이 등의 영향이 있으나 전날 기준 고시일 대비 150원 이상 가격을 내린 주유소는 휘발유 25.4%, 경유 38.3%에 그쳤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가격은 ℓ당 휘발유 1863원, 경유 1855원, 등유 1591원이다. 7차 최고가격 고시 당일 각각 1996원, 1987원, 1629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각각 133원, 132원, 38원 인하된 수준이다.

정부는 8차 최고가격 지정에 앞서 원유 수급과 국제유가, 중동 정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큰 만큼 최고가격 수준과 지정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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