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예산 이월 '고질병'…통합시 재정혁신 시험대

광주 전액이월 28건·174억…사업 준비보다 예산 확보 먼저전남 사고이월 59건 중 54건 12월에 계약…'연말 몰아치기'

뉴시스
2026년 09월 14일(월) 11:00
왼쪽부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무안 남악청사, 광주 상무청사, 전남 동부청사. (사진=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나이스데이] 행정통합 전 광주시와 전남도의 해묵은 이월예산 문제가 40년 만에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재정혁신 시험대에 올랐다.

사업 준비가 미흡한데도 예산부터 확보해 놓고 정작 한 푼도 쓰지 못한 채 다음 해로 넘기거나 연말에 몰아치기 계약을 한 뒤 사고(事故) 이월하는 관행이 양 지역에서 모두 확인돼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2025회계연도 결산심사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옛 광주시에서 지난해 예산을 단 한 푼도 집행하지 못하고 전액 이월한 사업은 28건, 174억5400만원에 달했다.

명시이월 15건 153억100만원, 사고이월 9건 2억2400만원, 계속비 이월 4건 19억2900만원이다. 최근 5년 새 2022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광주시는 지난해 세수 결손으로 재정난이 심화되자 정리추경에서 전체 실·국 집행잔액을 대폭 삭감해 사흘 만에 1324억원을 마련할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맸음에도, 28개 사업은 예산을 한 푼도 집행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넘겼다.

송암산단 도시재생혁신지구는 본예산에 62억원을 확보했지만, 부지 매입 협의가 늦어져 전액 이월됐고,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동아시아 플랫폼 건립도 기획재정부 총사업비 협의 등 사전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시설비 23억9300만원과 감리비 6억원을 아예 사용하지 못했다.

정상적인 사업 집행보다 예산 확보 자체에 목적을 둔 편성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은 '연말 몰아치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전남의 다음연도 이월액은 1373억300만원으로 전년보다 28.6% 줄었지만, 사고이월 사업 59건 중 54건, 비율로는 91.5%가 12월에 지출원인 행위를 한 것으로 분석됐다. 관련 지출액도 2526억6500만원으로 전체 91.8%가 연말인 12월에 집중됐다.

특히 12월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15건의 지출원인 행위가 이뤄졌고, 관련 지출액은 1490억4800만원으로 사고이월 사업 전체 지출액의 54.2%에 달했다.

사고이월이 연내 계약 등 지출원인 행위를 했지만 불가피한 사유로 지출을 마치지 못한 경우에 허용되는 예외라는 점에서 '불용을 피하기 위한 막판 계약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결국 광주는 '선(先) 예산·후(後) 절차', 전남은 '연말 계약 후 다음해 집행'이라는 서로 다른 형태의 이월 관행을 안은 채 한 집 살림을 시작하게 됐다.

조직과 시스템이 합쳐진 만큼 통합시가 첫 예산부터 사전절차 완료 여부, 월별 집행률을 촘촘히 점검하고, 반복 이월사업은 편성 단계부터 걸러내는 등 재정 운용 전반을 손질할 때라는 지적이다.

예결특위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사례를 단순한 이월 사업 관리 문제로 축소할 것이 아니라 재정 위기 대응력을 약화시키는 관행적 예산편성 구조 자체에 대해 엄중히 성찰하고 실효성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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