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광역 행정" 청사진 내놨지만…'탄핵 정국·TK 통합' 험로 예상 미래위, 전날 '지방행정체제 개편 권고안' 발표 뉴시스 |
2025년 01월 23일(목) 1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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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여파로 이러한 청사진이 동력을 얻기 쉽지 않은 데다 지난해부터 전격 추진 중인 대구·경북(TK) 통합도 위태로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선거구 제도와 맞물려 있는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 역시 만만치 않다.
2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날 행안부 소속 민간 자문위원회인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미래위)가 발표한 '지방행정체제개편 권고안'은 낡고 오래된 행정 체제를 뜯어고쳐 급격한 행정환경 변화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8개월간 현장 의견수렴 등을 거쳐 나온 안으로, 현행 지방행정체제는 30년 전에 만들어져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등 지금의 행정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위에 따르면 인구구조 변화로 2020년 감소 추세로 돌아선 국내 총인구는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22~2052년)에 따라 2052년 4627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비수도권 광역시 인구는 약 2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도 심화돼 2052년에는 총인구의 53%, 청년 인구의 58%가 수도권에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로 인한 경쟁 심화, 주거·고용 불안은 저출산으로 이어져 고령화 현상도 가속화될 것이란 게 미래위의 분석이다.
홍준현 미래위 위원장은 "인구학적 측면에서 향후 20년은 이미 정해진 미래로 볼 수 있다"며 "그렇다면 지방행정체제도 최소 향후 20년 변화를 내다보고 준비해야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터전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미래위는 우선 '광역 시·도 간 통합'을 개편 방안으로 권고했다. 초광역권을 형성하고, 전국을 수도권 중심의 '일극' 체계에서 '다극'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다.
통합을 고려할 수 있는 지역으로는 지역의 역사성과 규모의 경제 등을 감안해 '비수도권 광역시와 도'를 제시했다. 현재 대구·경북, 대전·충남, 부산·경남 등이 시·도 간 통합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미래위는 ▲시·군·구 통합 ▲특·광역시와 시·군 간 구역 변경 ▲비수도권 거점 대도시 확대 ▲지방자치단체 기능 조정 ▲특별지방자치단체 활성화 ▲자치계층 재검토 ▲읍·면·동 효율화 등도 권고안으로 제시했다.
홍 위원장은 "정부의 균형 발전과 인구감소 대책 등이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방행정체제가 먼저 개편돼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권고안을 접수해 관련 법과 제도 개편 등 후속 조치를 이어가달라"고 밝혔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보도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자치제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과 국민적인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는 한편,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행정 체제가 실제로 개편되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탄핵 정국으로 사실상 정부가 멈춰 있는 상황에서 권고안에 대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래위는 당초 지난해 말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비상계엄 사태로 그 시기를 올해로 미룬 바 있다.
여기에 조기 대선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차기 정부에서 권고안을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이에 대해 홍 위원장은 "이것은 정당의 이해관계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미래를 위해 준비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 내에 이를 도와주는 추진단이 필요하고, 현재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차관보도 "이것은 꼭 필요한 업무고, 정부의 기능이기 때문에 차질 없이 정상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래위가 광역 시·도 간 통합의 하나로 현재 통합을 추진 중인 대구·경북을 꼽았지만, 통합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데다 주민 설득 등 관련 절차가 진통을 겪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6월 대구시와 경북도, 정부는 2026년 7월 대구·경북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하고, 이를 위해 연내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통합청사 위치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통합 무산을 선언했다.
가까스로 재개되기는 했지만, 논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올해 상반기 중 목표였던 특별법 제정은 정국 혼란에 다시 하반기로 미뤄졌다. 이런 가운데 홍 시장은 대선 출마를 시사해 자칫 통합이 지지부진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수십년간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한 수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실제로 통합이 이뤄진 사례는 2010년 창원시와 마산시, 진해시가 합쳐져 창원시, 2014년 청주시와 청원군이 합쳐져 청주시 등 기초 지자체 간 통합 2건이 전부이기도 하다.
여기에 행정체제 개편이 선거구 제도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점도 통합이 쉽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이에 대해 홍 위원장은 "선거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그것을 미리 전제하고 행정체제 개편안을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처음부터 정치적인 이해 관계는 고려하지 않기로 하고 권고안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번 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이 주민 의견을 수렴해 지역 주도로 추진하되,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만 하겠다는 데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정부는 지역이 주도하는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서는 재정·세제 특례를 제공할 방침이다.
홍 위원장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을 해결하기 위한 충분 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 조건에는 해당할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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