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MAGA'…트럼프 1기 수출 살펴보니

트럼프 1기 전반기 땐 수출↑…2018년 최고치 경신
후반기 들어 감소…반도체 사이클에 코로나19 영향
"한-미 FTA 재협상에 따른 수출 영향 크지 않았다"
여전한 업계 우려…정부, 민관 합동 대응체계 가동

뉴시스
2025년 01월 26일(일) 20:13
[나이스데이] 'Make America Great Again(MAGA)'로 대표되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아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보편관세 25%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대선 기간 모든 수입품에 최대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상황에서 우방국인 멕시코·캐나다에 이어 우리나라에까지 보편 관세를 적용하려 들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경제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트럼프 2기 출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앞서 1기에도 마찬가지였는데, 당시 우리나라 수출 상황은 어땠을까요.

지난 트럼프 1기의 전반기인 2017년과 2018년 우리나라 수출은 모두 증가했습니다. 2017년 수출은 2016년 대비 무려 15.8% 증가한 5739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석유화학(23.5%)·선박(23.6%)·철강(20%) 등 주요 품목 수출이 고르게 증가했는데, 특히 반도체 수출이 57.4%로 크게 늘었습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베트남(46.3%)·유럽연합(16%)·중국(14.2%)·일본(10.1%)으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했고, 미국으로의 수출도 소폭이지만 3.2% 증가했습니다.

호조세는 다음해에도 이어졌습니다. 2018년 수출이 2017년 수출에 비해 5.4% 늘어난 6048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죠.

전년 대비 29.4% 증가한 반도체가 견인한 가운데, 컴퓨터(17.3%)·석유화학(12%) 등이 호조세를 뒷받침했습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중 수출이 14.2%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고 대미 수출 역시 6%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1기 후반기에 접어든 우리 수출은 대폭 축소됐습니다. 2019년 수출은 전년 대비 약 10.4% 감소한 5242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로 감소한 것이었습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자동차(5.3%) 수출만 소폭 증가했을 뿐 반도체(-25.9%)·석유화학(-14.8%)·철강(-8.5%) 등 대부분의 수출이 감소했습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미국 수출은 0.9% 늘었지만 중국 수출이 16%나 줄어들은 것이 컸습니다. 이외에도 유럽연합(-8.4%)·일본(-6.9%)·아세안(-5%) 등 대부분 지역으로의 수출이 줄었습니다.

2020년 수출은 코로나19 펜데믹의 여파로 2019년 대비 5.5% 감소한 5124억 달러로 내려앉았습니다.

우리나라 수출이 트럼프 1기의 어떤 통상 정책에 무슨 영향을 받은 것일지 연도별로 살펴봤습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17년은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관세 부과 등 정책이 예고된 시기였습니다.

우리나라를 상대로는 한미 FTA가 미국에 불리하므로 재협상을 하겠다는 요구를 공식화 했습니다.

이에 수출 기업들의 긴장과 불안은 커졌지만, 직접적인 관세나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고 실제로 이 시기 수출은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2018년에는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지면서 철강 수출 쿼터가 도입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25%·알루미늄 10% 관세 부과 조치를 발효하면서,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했는데, 우리나라는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기존 철강 수출량의 70% 수준의 쿼터를 적용한 것입니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서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철폐 시점을 2041년으로 20년 연장하는 대신, 미국 자동차 제조사가 우리나라에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을 연간 2만대에서 5만대로 확대했습니다.

또 미국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은 우리나라의 안전 기준도 충족한 것으로 보고 국내에서 판매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습니다.

대미 철강 수출은 쿼터 적용에 따라 2017년 37억 달러에서 2018년 33억 달러로 소폭 줄어들었으나 대미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86.4% 늘어나면서 대미 수출은 6% 증가했습니다.

수출이 대폭 감소한 2019년에도 사실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당시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5.9% 감소했는데, 이는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단가가 급락한 영향이 컸기 때문입니다.

2019년 D램 가격은 2018년에 비해 60.9%나 감소했고 낸드 가격 역시 9.1% 줄었습니다.

반도체 수출 물량은 7.9% 늘었으나 단가가 너무 크게 감소해 반도체 수출액이 줄어든 겁니다.

2019년 대미 수출을 살펴보면 0.9% 상승했는데, 미국 경기 활성화에 따라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석유제품 수출이 23.6% 늘었고 최대 대미 수출 품목인 자동차 수출 역시 15% 증가했습니다. 반도체와 철강 수출은 한 자릿수대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16% 감소한 대중 수출입니다. 최대 대중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28.8%나 감소했고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중국 기계 산업이 침체를 겪으며 일반기계 수출도 8.7% 줄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9년 대중 수출에 대해 "대중 수출 둔화세는 중국 수입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보다는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 역시 2019년 수출 상황을 돌이키며 "의외로 한미 FTA 재협상 등에 따른 수출 영향은 크지 않았다"며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반도체 수출이 급감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입은 피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겁니다.
업계의 불안은 여전합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 전기차 의무화 폐지를 명시한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멕시코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시사한 상황입니다.

이에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비상수출 대책을 준비하는 한편, 대미 협력을 강화하는 등 조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관 합동 대응체계를 가동해 대외활동(아웃리치)을 전개하는 한편, 우리 입장을 적극 전달해 우리 기업이 피해를 겪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미국 신정부 출범 등으로 수출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상반기 중 수출여건이 특히 엄중한 만큼, 준비 중인 범정부 차원의 비상수출대책에 실효성 있는 대책이 담길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과 기저효과에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이라는 악재를 겹겹이 마주한 우리 수출이 지난해의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해야겠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뉴시스
이 기사는 나이스데이 홈페이지(nice-day.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nice-day.co.kr/article.php?aid=8264359532
프린트 시간 : 2025년 02월 09일 06: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