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문재인 통합 행보에도…친명·비명계 신경전 격화

이, 비명계 결집 시도에 4개월 만 평산 찾아
비명 "이재명만 바라보면 승리 못 해"
친명 "단결 중요한데 당내 갈등 부추겨"

뉴시스
2025년 01월 31일(금) 11:44
[나이스데이]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핵심 인사들이 이재명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를 겨냥해 잇따라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당내 계파 갈등이 점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도권을 둘러싼 친명계와 비명계의 신경전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날 이 대표와 만나 당내 통합과 포용을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통합하는 행보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지금같이 극단적인 정치 환경에선 통합하고 포용하는 행보가 민주당의 앞길을 열어가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도 공감하며 "앞으로도 그런 행보를 계속하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 대표 측은 이번 만남을 두고 설 인사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비명계가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비명계의 결집 시도를 의식해 이재명 대표가 통합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는 해석이다.

비명계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당 지지율이 여당에 따라잡히고, 장래 대통령감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 대표가 30%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비명계 대표주자인 박용진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이 탄핵당하면 다음 정권은 무조건 민주당 차지가 될까"라며 "지금 민주당에 낡은 것이 너무 많고 달라져야 할 것들이 많은데 우리는 너무 쉽게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고 당에 쓴소리를 했다.

원조 친문계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극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 문화를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한다"라며 "통합과 포용의 원칙이 당 안에서 먼저 구현되는 것이 이기는 길의 첫걸음"이라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나신 분들이 많다"며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대권 출마 의지를 드러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28일 SBS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2심에서 당선무효형 선고가 나온다면 상당히 지장은 있을 것"이라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했다.

앞서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재명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친명계는 즉각 반발하며 견제구를 던졌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단결과 통합을 지켜가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가치"라며 "김 전 지사의 글을 읽어봤는데 어떤 사안을 지적하는 건지 정확히 딱 짚어서 감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김 전 지사를 겨냥해 "혹시나 있을지 모를 조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게 하는 데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 전 지사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선 후보가 되려면 분명한 비전과 가치 노선이 있어야 되고 이에 동의하는 당원·지지자 조직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김 전 지사는) 지난 대선 이후 한때 구속돼 있었고 이후에는 외국에 갔다 오셨기 때문에 그런 공백을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성 친명 강득구 의원은 SNS에 "일극체제라는 프레임으로 민주당을 몰고 가는 것은 당을 분열시키는 것"이라며 "아직 탄핵 결과도 나오지 않았고, 내란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이 엄중한 상황에서 민주당과 당 대표에게 칼을 꽂는 말은 상대에게 먹잇감을 주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지난 총선에서 비명계 현역인 박광온 후보를 꺾고 공천받은 김준혁 의원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연일 친문계 인사들이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고 적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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