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물가 5개월만에 2%대로…석유·채소류 '껑충' 통계청, 1월 소비자물가 동향…2.2% 상승 뉴시스 |
2025년 02월 05일(수) 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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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고공행진 속에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과 설 명절을 앞두고 시행된 농축산물 정부 할인 지원 종료로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5.71(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2% 올랐다.
지난 2022년 5.1%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경기 둔화 추세 속에 2023년 3.6%, 2024년 2.3%로 하향 안정세를 나타냈지만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를 전후로 환율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다시 상승 압력이 커졌다.
월간 상승률은 지난해 1월 2.8%에서 8월 2.0%까지 떨어진 뒤 9월(1.6%), 10월(1.3%), 11월(1.5%), 12월(1.9%) 4개월 간 1%대를 기록했지만 올해 1월 들어 다시 2%대에 진입했다.
품목 성질별로 보면 석유류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7.3% 상승했다. 채소류(4.4%)와 축산물(3.7%), 가공식품(2.7%), 전기·가스·수도(3.1%), 개인서비스(3.2%) 가격도 비교적 크게 올랐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2.6%에서 올해 1월 1.9%로 떨어졌지만 설 명절 수요가 증가한 채소류와 축산물 일부 품목은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나타냈다.
배추(66.8%)는 2년 3개월, 당근(76.4%)은 7년 11개월, 김(35.4%)은 37년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귤(27.8%), 무(79.5%), 배(30.8%) 등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파(-32.0%), 쌀(-5.9%), 감(-23.2%), 바나나(-13.8%), 오이(-11.6%) 등은 하락했다.
공업제품의 경우 휘발유(9.2%), 경유(5.7%) 등 석유류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가공식품도 2.7% 상승했다. 전기·가스·수도 영역에서는 도시가스(6.9%), 지역난방비(9.8%), 상수도료(3.6%)의 오름세가 강했다.
개인서비스는 외식(2.9%)과 외식 제외(3.5%) 가격이 모두 올랐다. 외식 물가는 생선회가 5.0%, 구내식당식사비가 3.8% 상승했다.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는 실손보험료(보험서비스료 14.7%), 여행요금, 콘도요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농산물 상승폭이 축소됐지만 국제유가 및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석유류와 외식제외 서비스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지난달 1.9보다 0.3%포인트(p)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이 심의관은 "환율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당장 영향을 미친 것은 석유류다. 생활필수품도 11월, 12월 환율 상승이 반영된 것 같다. 가공식품, 외식, 기타 원자재 가격에도 시간을 두고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들이 자주 많이 구입하는 생활필수품 144개 품목을 대상으로 작성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올랐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0.7% 상승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2.0%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했다.
물가 반등의 가장 큰 요인은 석유류였다. 석유류의 물가 상승 기여도는 지난달 0.04%p에서 이달 0.27%p로 높아졌다. 기획재정부는 국제유가·환율 상승과 지난해 기저 영향(2024년 1월 2.5% 하락)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배럴당 73.2 달러에서 이달 80.4 달러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 리터당 가격은 1654원에서 1709원으로 상승했다.
황경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2% 초반대로 안정적인 모습이다. 향후 둔화 흐름이 유지될 것 같은데, 연초에는 국제 유가 변동성과 이상 기후 등 불확실성 요인이 있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황 과장은 "1월에 2% 대가 되면서 연초에 당분간은 상방 압력이 있어 보인다"며 "연간 전체를 봤을 떄는 하반기로 갈 때 (물가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1월 물가상승률 2.2%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2.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어서 크게 불안한 정도는 아니다. 미국(2.9%), 영국(3.5%), 일본(3.6%), EU(2.7%), OECD(4.7%) 등의 12월 물가상승률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환율 상승이 시차를 두고 다른 품목 가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게 불안 요인이다. 또 석유류 가격 급등으로 생활물가 상승률이 더 큰 폭으로 뛰었다는 점은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재부는 "향후 물가는 당분간 국제유가 변동성, 이상기후 등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물가안정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주요 식품·사료원료(32종) 등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농축수산물 비축·방출 등을 통해 먹거리 물가 안정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주요 품목별 물가 동향을 지속 점검하고, 가격 불안 품목에 대해 대응 방안을 신속히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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