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 남성 의무 육아휴직 도입률 4%"…출산·양육 지원 후퇴 한미연 '인구경영 우수기업 기초평가' 결과 뉴시스 |
2025년 03월 19일(수) 1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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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민간 인구정책 전문기관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은 19일 '2025 인구경영 우수기업 기초평가' 결과를 이같이 공개했다. 평가는 지난 1월 기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 중 자산 규모 상위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기업의 인구위기 대응 수준은 100점 만점에 평균 52.2점으로 전년 50.1점 대비 2.1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영역별로 ▲일·가정 양립 지원 73.3점 ▲출산장려 기업문화 조성 52.9점 ▲출산·양육 지원 46.7점 ▲지역사회 기여 38.7점 등이었다.
17개 평가지표 중 12개 지표가 전년 대비 상승했다. 가장 크게 개선된 지표는 '기혼 여성 ·임신부 차별 금지 정책 보유'로 점수가 21.3점이나 상승했다. '지방 소멸 대응 정책/제도 운영' 지표도 17점 상승했다.
반면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 운영'(-6.5점), '직장 내 어린이집 운영'(-2.3점) 등 출산과 양육 지원 핵심 지표에서는 오히려 점수가 떨어졌다.
평가 기업 중 남성 임직원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12곳(4%)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3곳이 늘긴 했으나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12곳 중 9개 기업은 롯데그룹 계열사였다. 그 외에 한미글로벌, 한국콜마홀딩스, 코스맥스비티아이가 남성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한미연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육아의 책임이 여성에게 편중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했다. 다만 "지난 11월 정부의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 따라 육아휴직 사용률이 공시 의무화된 만큼 향후 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제도 이행 수준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 전망했다.
직장 내 어린이집 운영 비율은 전년 70.3%에서 올해 68.3%로 2.0%포인트(p) 감소했다.
롯데캐피탈, 두산퓨얼셀, 카카오게임즈 등 10개 기업은 법적 설치 의무(여성 근로자 수 300인 또는 전체 근로자 수 500인 이상)가 없음에도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법적 설치 의무가 있는 249개 기업 중 55곳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어린이집 설치 및 운영에 드는 비용이 의무 불이행 시 부과되는 과태료(최대 연간 1억 원)보다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출산·육아휴직 후 직장에 복귀하는 임직원의 적응을 돕는 온보딩 지원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은 전체의 8%(24개)에 그쳤다.
법적 의무 기간을 초과해 출산휴가를 보장하는 기업은 31개, 배우자 출산휴가를 확대 제공하는 기업은 26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별로 인구 위기 대응 점수를 나눠보면 정보통신업(60.5점), 도매 및 소매업(58.3점), 전자 기계 및 장비 제조업(58.1점) 순으로 높았다.
건설 및 부동산업(46.4점)처럼 여성 임직원 비율이 낮거나 증권 및 기타 금융 서비스업(50.0점)과 같이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은 평가 결과가 저조했다.
가장 인구 위기 대응 점수가 높은 기업은 KB국민카드(80.8점)이었고 KB국민은행(79.8점), 롯데정밀화학·롯데케미칼·삼성생명(76.9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미연은 "산업별 특성과 기업 규모에 따라 제도 도입에 차이가 뚜렷한 만큼 산업별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혜정 한미연 인구연구센터장은 "아직 평균 52점대로 갈 길이 멀지만 지난해 대비 많은 지표에서 개선이 이뤄진 점은 고무적"이라며 "특히 일부 선도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돋보이는데 이러한 우수 사례가 전체 산업으로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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