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대 뉴노멀, 1500원 터치 가능성…수출 영향은 지난 연말부터 환율 급등…1400원대 '뉴노멀' 뉴시스 |
2025년 04월 14일(월) 11:22 |
|
사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연말부터 환율이 급등하면서 1400원대가 '뉴노멀'이 됐습니다. 지난해 1월2일 1289원으로 시작했던 환율은 꾸준히 올라 11월부터는 1400원을 넘기게 됐고 계엄이 선포된 12월 이후 계속해 1400원대를 유지 중입니다.
경제학에서는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똑같이 1000원에 생산되더라도 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이라면 미국에서 1달러에 판매되지만 달러 환율이 달러당 2000원이면 미국에서 0.5달러에 판매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처럼 통상 불확실성이 커져 환율이 커졌을 때도 수출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까요? 환율과 수출의 관계는 경제학이 아닌 실물 경제에서도 작동하는 걸까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과거 고환율 시기의 수출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환율이 1400원을 넘긴 경우는 1997년, 2008년, 2022년 세 차례뿐입니다. 1997년에는 IMF 외환위기, 2008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에는 레고랜드 사태에 미 연준(FED)의 금리 인상이 겹쳐진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1997년 11월21일 정부가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결정한 이후 우리나라 환율은 최고 1995원까지 오르는 등 1900원대를 기록했습니다. 1997년 초 800원대였던 것과 비교해 약 2.5배에 달했습니다.
고환율이 이어진 1998년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대비 2.8% 감소했습니다. 환율 상승이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실증 연구들을 살펴보면 환율 상승은 수출 증가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환율 상승이 없었다면 수출 감소 폭이 더 커졌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떄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2008년 초에는 900원대를 기록하고 있던 환율은 10월 1300원대를 기록하더니 11월부터는 최고 1500원대까지 기록합니다. 2009년에도 고환율 기조가 계속돼 연말까지 1100원대 중반의 환율이 이어집니다.
당시 수출을 살펴보면 고환율이 본격화된 2008년 11월부터 19.5% 감소하더니 2009년 1월까지 매달 두 자릿대 감소율을 보입니다. 이에 2009년 수출은 전년 대비 13.9% 감소했습니다.
실증 연구들은 이때에도 환율 상승은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위기 초기인 2008년 10월 수출은 7.8% 올랐는데, 이것이 환율 상승의 영향이라는 겁니다. 다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수요 급감이 더 큰 영향을 미쳐 수출이 감소하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 등 통상 환경이 불안정한 지금도 높은 환율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산업부 관계자는 "이제는 이론과 달리 실제로 환율 상승이 우리나라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수출 계약이 애초에 오랜 기간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첫번째 이유입니다. 또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이 반도체·자동차 등인데, 물론 가격 경쟁력도 중요한 요인이겠지만 품질과 수요 자체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죠.
분명 이론에서도, 과거 사례에서도 환율 상승은 우리 수출 상승 효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상승한다는 건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으로, 전체적으로는 수출이 감소하기 쉬운 상황이라는 걸 나타내기도 합니다. 최근의 고환율 상황도 전체적인 수출 하방 압력을 일부분 상쇄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행히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 대한 관세 적용을 90일 유예한다고 밝혔습니다. 관세율을 줄이거나 아예 관세를 없애는 등의 협상을 벌일 시간을 번 셈입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경제성장률 2.04% 중 1.93%포인트에 기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약 95%가 수출 덕이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을 방어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대응에 주목해야겠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