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조로 성장률 0.1%p 상승 효과…경기한파 해소엔 '역부족'[2025 추경]

정부 "경기대응용 아닌 '필수추경'…추후 증액 반대 없다"
1분기 역성장 우려…전문가 "올해 수출 악화 시 0%대 성장"
"새 정부 추가 대응 필요"…"적자국채 추가발행 여력 제한적"

뉴시스
2025년 04월 18일(금) 11:20
[나이스데이] 정부가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한 가운데, 재해와 통상 악재가 겹친 '내우외환'의 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시급한 현안과 직결되는 '필수추경'으로 '경기대응용'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추후 국회의 증액 요구에 유연한 입장을 취하겠다는 뜻도 숨기지 않았다.

미국의 관세 폭격으로 인해 올해 한국의 수출 동력이 꺾일 경우, 경제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추후 추가적인 경기부양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산불대응 및 통상·인공지능(AI) 지원 등을 위한 2025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추경은 총 12조20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 산불 피해 복구(3조2000억원), 통상·AI 산업 경쟁력 강화(4조4000억원), 민생 지원(4조3000억원)이라는 세 가지 핵심 분야에 집중 투입된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전날 진행된 브리핑에서 "이번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0.1%포인트(p)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추경은 내수 소비 진작이나 투자 확대보다는 산불 피해 복구와 산업 안보 대응, 소상공인 피해 보전 등 '피해 회복' 성격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구조적인 경기 반등을 도모하기보다는 침체한 경제의 불씨를 되살리는 동력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과 기금, 공공기관 투자 등 기존 예산 집행을 조속히 추진하고, 향후 국회에서 추경의 목적에 부합하는 증액 요구가 있을 경우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통상 위기가 이미 본격화한 상황에서 재정 정책의 타이밍이 늦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추경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하반기 경기 부진이 장기화할 우려도 나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발언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다.

최상목 부총리는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당초 정부의 전망은 1% 중반대였는데,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의 성장세가 나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상당 폭의 하방 위험이 있다"며 "게다가 미국발 관세충격이 있어 소비나 기업 심리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통상 리스크가 커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 중반을 하회할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0%대로 관측한 해외 기관도 등장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9%로 하향조정했다.

주요 국제기구와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일제히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지난 1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 성장률을 2.0%에서 1.2%로 대폭 하향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골드만삭스는 1.5%로,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암로)는 1.6%로 각각 전망치를 낮췄다.

한국은행은 역시 지난 2월 제시한 수정 전망치 1.5%도 달성이 어렵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간담회에서 "성장 부진을 감안할 때 기존 전망치를 하회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0.2%를 밑돌 거로 추정하며 역성장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최근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으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직격탄을 맞고, 이로 인해 내수와 민간소비가 위축될 거라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는 정부가 이번 추경을 경기대응용이 아니라고 규정한 만큼, 향후 새 정부에서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되, 현시점에서는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되는 사안에 효율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1분기에는 역성장 우려가 나올 만큼 경제가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올해 성장률은 1% 중반대를 지키기 어렵다. 수출이 악화하면 1%도 달성하기 힘들어 0%대 성장률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새 정부가 엄청난 부담을 안고 출범하게 될 텐데, 현 대행 체제에서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최소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난 복구와 미중 갈등 속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관세 등 시급한 과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기부양이 정말 필요하지만 정치권의 입장차가 큰 만큼, 새 정부에서 추가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필수추경 재원 중 8조1000억원을 추가 적자국채 발행으로 메꾼 만큼, 향후 추가 국채 발행 여력은 제한적일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추경에서 이미 8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는데, 향후 추가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확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규모 추경은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회사채 차환과 서민 대출 이자 부담을 가중할 수 있고, 민간기업의 신용등급 강등 전망도 나오는데, 이런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선제적 금리 인하로 대응하는 방안이 낫다고 본다"면서 "재해와 재난 대응에 추가 예산이 필요한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관세를 인상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도 불가피한 상황에서 없는 살림에 필요한 부분에만 집중한 추경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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