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감산 대신 양곡법…대선 판도 따라 농정 패러다임 바뀐다

이재명,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추진 공약
쌀 초과 생산시 정부 의무 매입…정부 개입↑
현 정부 '시장 수급 맞춘 감산 기조'와 상충
"정권 바뀔 경우 농정 방향 자체 바뀔 수도"
"정부 실무자들과 소통해 부작용 줄이길"

뉴시스
2025년 05월 13일(화) 11:24
[나이스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농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삼겠다며, 쌀 초과 생산 시 정부 의무 매입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 재추진을 공약했다.

이는 현 정부가 수급 안정을 이유로 추진 중인 '쌀 감산 기조'와 상충하는 것으로, 차기 정권에 따라 농정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지난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을 통해 "기후 위기 시대, 식량주권을 지키고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전략산업으로 전환하겠다"며 농정 공약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쌀 감산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이다. 이재명 후보는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논 타작물 재배를 늘리고 쌀과 식량작물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며 현 정부의 '논활용 직접지불제' 확대 방침과 다른 노선을 제시했다.

현 정부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공급량을 조절해 수급 불균형에 따른 쌀값 하락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쌀 소비량이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하며 쌀값이 지속 하락하자, 생산 자체를 줄여 쌀값을 적정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정책 방향이다.

논 면적을 감축해 쌀 생산량을 줄이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전년도 쌀 생산량을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별로 줄여야 할 재배 면적을 할당하는 식이다.

해당 정책을 시행한 후 17만4592원(2024년 9월 기준)까지 떨어졌던 산지 평균 쌀값은 지난달 15일 19만3900원까지 올랐다. 통상 20만원 선이 적정 판매가로 여겨지는데, 이와 가까운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현 정부가 '시장 수급에 맞춘 감산'으로 쌀 수급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이재명 후보는 '정부 개입을 통한 생산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재명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거나 시장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가 필요할 때 자율적으로 매입하는 현행법과 달리, 개정안은 일정 조건 충족 시 정부 개입을 법적 의무로 못박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안정시키고 생산 기반을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공익직불금을 확대하고, 농산물가격 안정제·재해 국가 책임제·필수농자재 국가 지원제를 도입하겠다"며, 농가소득 안정 및 식량안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정책은 농민의 안정적 생계를 보장하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막대한 국가 재정 지출이라는 이면도 안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쌀 매입에 1조2000억원 이상을 투입했으며, 양곡관리법이 통과되면 오는 2030년에는 관련 예산이 2조6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권 교체가 현실화될 경우 쌀 감산 기조는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관계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이 아니라서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차기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정책 내용이 달라질 수는 있으나, 현재 감산 정책이 수급 균형과 쌀값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적극 소통해 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새 정부에선 기존 '쌀 감산 기조'가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농업을 단순한 시장 재화가 아닌 공공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과 방향성이 다르다"며 "정권이 바뀔 경우 농정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정훈 교수는 이어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나, 그걸 정부의 쌀 의무 매입이란 방식으로 제한하는 것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정부 실무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좋은 정책을 만들어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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