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미국 의약품 정책…K바이오 "전략 수정 불가피" '약가 인하'와 '관세 등 자국 제조 강화' 뉴시스 |
2025년 05월 14일(수) 1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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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 시간)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을 타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건복지부 장관에 미국 환자가 최혜국 가격으로 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도록 요구했다. 30일 이내에 새로운 약가를 책정하도록 요구했다. 가격 인하가 실행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지불하는 금액을 제한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제약업계는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어 향후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제약협회는 "최혜국 약가 인하는 미국 환자들에게 나쁜 거래가 될 것이며, 회원사들의 수천억 달러 미국 투자계획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고가 약의 진짜 이유는 외국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지 않고 중개인이 미국 약가를 올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셀트리온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매출 비중이 큰 기업들은 오히려 수혜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행정명령은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셀트리온 같이 미국 현지에서 바이오시밀러를 직판 중인 기업에게는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세가지 기회요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등 중간 유통 구조가 개선되면서, 고수익 오리지널 제약사들이 중간 유통구조에서 구축한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가 의약품 약가 인하도 바이오시밀러 미국 영업에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했다. 행정명령 중 최혜국 약가로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병행 수입이 활성화된다면 셀트리온은 기존에 출시하지 않았던 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기회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휴온스는 주력 제품인 국소마취제의 미국 수출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이 회사는 생리식염주사제, 리도카인염주사제 등 총 7종의 FDA 허가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휴온스 관계자는 "행정명령의 핵심은 PBM 구조 개선 및 고가의약품 가격 인하가 주 대상일 것"이라며 "리도카인 등 국소마취제는 고가약 등에 비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판매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 국소마취제 영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보고서에서 "(최혜국 약가 정책으로) 미국 정부·제약사들이 한국 등 OECD 국가에 혁신의약품 관련 약가 인상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 제약사들이 전략적으로 해외의 낮은 약가를 택하기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는 미국으로 더 사업을 집중할 가능성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제조업 강화 정책 추진…"국내 업계 부담 가중"
한켠에선 미국의 의약품 제조업 강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의 의약품 생산 관련 규제는 완화하고 해외 생산에 대해선 검사를 강화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FDA는 지난 6일(현지 시간) 의료제품·식품을 생산하는 외국 제조시설에 대한 불시 검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핵심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 행정명령'의 후속조치로 해석된다. 이 행정명령은 의약품 제조 기반을 강화하고 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미국 내 의약품 제조 심사를 간소화한 반면 외국 제조시설 검사는 강화했다.
업계는 해외 제조시설의 생산 관련 데이터 보고 의무에 대한 강화와 해외 제조시설 FDA 실사 강화 등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국내 제조시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의약품 관세 부과 가능성 역시 리스크로 남아 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2주 내 발표하겠다고 했다.
바이오협회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약가 인하'와 '수입 관세 인상'이라는 두 개 큰 틀에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을 진출하려는 우리 신약 개발 기업 뿐 아니라 바이오시밀러,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모두에게 약가 책정 및 현지화 전략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