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캔 마늘이 숫자로 정책으로…통계청 생산량조사 'A to Z' 통계청, 21일 창녕군서 '마늘생산량조사' 시연회 뉴시스 |
2025년 05월 26일(월) 09:39 |
|
뙤약볕이 강하게 내리쬐던 지난 21일 경남 창녕군의 한 넓은 밭. 장화를 신고 밭에 선 이들이 줄자와 계산기로 이랑 면적을 계산하고 있다. 이후 밭에서 주먹만 한 마늘을 뽑아내며 숫자를 외친다.
얼굴에는 구슬땀이 흐르지만, 신경쓰지 않고 다시 허리를 숙인다. 마늘에 묻은 흙을 털어낸 후 바구니에 담아 저울 위에 올려놓는다.
올해 마늘 생산량을 조사하고 있는 통계조사원들의 표본 추출 과정이다. 통계청은 이렇게 전국 각지에 조사원들을 파견해 생산량 표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원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통계자료는 농산물 수급 안정, 농업소득 추계, 식량계획 수립 등 다양한 농업정책의 기초자료로 제공된다. 조사는 1975년부터 표본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2008년부터 통계청이 주관하고 있다.
특히 이형일 통계청장도 이날 창녕군 유어면 세진리의 생산량조사 시연회 현장을 찾았다. 창녕은 우리나라 최대 마늘 산지다.
시연회 대상은 난지형 대서종 마늘을 9000평 규모로 15년째 재배 중인 조덕종(56)씨의 농지다. 지난해 10월 10일 파종한 후 다음 달 초 수확을 앞두고 있다.
조사는 단순한 수확 측정을 넘어 통계적 정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밀 작업이다. 2021년부터 태블릿을 이용한 전자조사 방식이 도입됐지만, 실측의 정확도는 여전히 사람 손에서 나온다.
그래서 조사원들에겐 장화와 챙이 넓은 밀짚모자, 흙이 묻을 것을 대비한 토시, 면적 계산을 위한 줄자와 노끈이 필수다.
표본구역을 정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정확한 통계 측정을 위해 통계청이 표본구역비율을 무작위 추출해 전달하면, 그 비율에 따라 계산한 지점인 표본구역 3㎡(1평) 내 정상적인 포기 수를 파악한다.
조사원은 줄자와 노끈을 갖고 구역을 표기한 후 파란 깃발을 꽂았다. 이후 A, B 두 표본구역에 들어가 마늘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조사원들은 통계청에서 미리 부여한 난수(특정한 순서나 규칙을 가지지 않는 수)를 적용해 추출간격을 계산한 후, 4개에 하나씩 마늘을 수확해 나갔다. 통계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절차다.
낮 최고 29도까지 올랐던 이날 조사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어렵사리 마늘 20개를 캐냈다. 마늘을 들어올릴 때마다 각종 수치들이 조사원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옆에선 또 다른 조사원은 계산기를 두들기며 수치를 계산했다.
조사원들은 이렇게 캐낸 마늘의 흙을 털어내고 뿌리 1㎝, 줄기 2㎝를 남긴 채 나머지 부분을 잘라냈다. 마지막으로 저울에 올려 무게를 잰 후 조사표에 포기수와 중량, 피해상황의 여부, 10a(아르)당 수량을 표기했다.
이 같은 표본 조사 과정을 전부 지켜본 마늘밭 주인 조덕종씨는 "통계청 사람들이 직접 현장에 나와 수작업으로 생산량 조사를 하는 걸 보면서 '정부 통계가 이렇게 세밀한 작업을 거쳐 나오는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며 "통계청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날 표본 조사 시연회에 함께한 이형일 청장도 "이런 통계 자료들이 농민들의 삶을 뒷받침해주는 정책이 된다는 걸 생각하면 힘이 난다"며 "앞으로도 농민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통계 정확성을 최대한도로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말 못 할 노고도 많다. 표본으로 선정된 농가는 법적으로 조사에 응해야 하지만 꾸준한 조사를 위해서는 조사를 허락해 준 경작자와 유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조사원은 경작자가 다음에도 잘 협조하도록 때론 조사 후 남아 일손을 돕는다. 해가 쨍하게 비추는 무더위 속이든, 억수 같은 비가 오는 장마철이든 통계청의 조사는 현재진행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