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 합법도 아닌 '낙태'…입법 공백에 임신중단 비용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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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도 합법도 아닌 '낙태'…입법 공백에 임신중단 비용 부담↑

여성정책연구원 임신중단 경험자 조사
83% "비용 부담돼"…입법공백기엔 84%

[나이스데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임신중단 비용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한 비율도 증가했다. 대체입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입법공백 시기 여성의 임신중단 인식과 경험 연구'에 따르면 낙태죄는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폐지됐다.

헌법재판소가 2020년까지 법 제정을 요구했지만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현 시점 임신중단은 불법도 합법도 아니다. '입법공백' 상태다.

연구원은 "여성의 안전하고 건강한 임신중단을 위한 법률은 4년이 훨씬 지난 현 시점까지 마련되지 않아 여성 당사자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료현장은 매우 혼돈에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는 임신중단 관련 의료서비스 비용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약물 구매, 수술 비용 등 임신중단에 지출한 총 비용은 대체입법 시기(2019년 4월11일∼2020년 12월30일) 대비 입법공백 시기(2021년 1월1일∼2024년 11월17일)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임신중단 경험자 4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0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은 대체입법 시기엔 29.2%였지만 입법공백 시기엔 10.3%p 높은 39.5%로 집계됐다.

반면 50만원 미만은 21.1%에서 13.1%로 낮아진 걸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이를 두고 "법적, 제도적 지원이 부재한 입법공백 시기에 의료기관들은 임신중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부담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비용 결제와 관련해 전액 현금을 요청했다는 비율이 43.7%로 가장 많았고, 연도별로 보면 입법공백이 시작된 2021년에 52.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구원은 "카드 결제 시 기록이 남아 증거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의료기고나은 현금 결제를 선호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신중단 경험자들은 이 같은 서비스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담이 됐다고 답한 비율은 82.9%로, 대체입법 시기엔 80.1%였는데 입법공백 시기에 84.2%로 소폭 늘었다.

부담이 되었다는 응답률은 2019년 75.4%, 2021년 83.3%, 지난해 84.7%까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매우 부담됐다'고 답한 비율은 대체입법 시기에 25.5%였는데 입법공백엔 35.6%로 나타났다.

임신중단을 고려했지만 최종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119명 중 17.6%는 비용 부담 때문이라고 했다.

연구원은 "입법공백 상황이 5년째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의료서비스가 비공식적이고 위험한 경로로 이동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의료 안전망을 유지하는 조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