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보다 더 얼어붙었다…필수 지출만 늘고 선택 소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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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보다 더 얼어붙었다…필수 지출만 늘고 선택 소비 '뚝'

평균 소득 전년동기대비 4.5% 늘어난 月 535만원
물가 반영 실질 소비지출 코로나 초기 이후 최대↓
코로나땐 '비자발적 소비 감축'…올해는 '자발성'↑

[나이스데이] 여름이 성큼 다가왔지만 국민들의 소비 심리는 여전히 겨울에 머물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12·3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까지 악재가 쏟아지며 '피할 수 없는 지출'에 한해서만 지갑을 열고 있는 것입니다.

불황기에도 좀처럼 손대지 않던 아이 학원비까지 줄인 가계.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들여다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보다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더 얼어붙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0.7% 줄었습니다. 이는 코로나로 전 세계가 멈췄던 2020년 4분기(-2.8%)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낙폭입니다. 1분기 기준으로는 2020년 1분기(-7.4%) 이후 최대입니다.

물론 우리 국민들의 소득은 꾸준히 늘었습니다. 올해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535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고, 실질소득도 2.3% 늘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필수로 들어갈 데만 만 쓰고, 선택적으로 줄일 수 있는 소비는 줄인다'는 긴축 소비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코로나와 비교하면 이 같은 소비 위축 양상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2020년 1분기에는 외식 자제와 거리두기 영향으로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가 10.5%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같은 항목 지출이 2.6%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코로나 때 소폭 감소했던 월세 등 주거비는 더 오른 상황입니다. 2020년 1분기에는 주거·수도·광열비 지출이 1.2% 줄었으나, 올해는 5.8% 증가했습니다.

통상 월세 등 주거비는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에 속합니다. 즉 이 지출은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돈이기에, 코로나 때보다도 월세가 많이 올랐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병원비 등 보건 지출은 공통적으로 증가했습니다. 2020년 1분기 보건 지출은 9.9% 증가했지만 올해는 2.2% 증가로 오히려 증가세가 둔화됐습니다.

의류·신발비는 2020년 1분기 -28.0%로 큰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해도 여전히 -4.7% 줄며 반등하지 못했습니다. 자동차 구매 지출은 2020년 1분기 20.2% 감소한 데 반면 올해는 -12.0%로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불경기 속 가계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교육비마저 전년 대비 2.6% 감소했습니다. 사교육비 중에서도 '보습·속셈학원' 지출은 7.9% 줄었습니다..
이는 2020년 4분기(-15.2%) 이후 17분기 만의 마이너스 전환입니다. 물론 그 당시와 비교하면 올해 1분기의 '2.6% 감소'가 심각하다고 보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발발 초기였던 2020년에는 정부의 강제적 '거리두기'로 인해 학원·학교 수업이 중단됐었습니다.

즉 그 당시엔 팬데믹과 정부 조치에 의한 '비자발적 지출 축소'였던 반면 올해 1분기에는 소득이 늘고 있음에도 자발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만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쓰려는 '소비 심리'가 코로나 때보다 더 얼어붙어 있다는 뜻일 겁니다.

코로나 때와 비교해 소득은 늘어 쓸 수 있는 '여윳돈' 규모는 커졌지만, 오히려 '쓸 수 있는데 쓰지 않는다'는 소비 심리가 코로나 때보다 더 심화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심리적 소비 위축'으로 분석합니다. 소득이 늘었음에도 소비가 따라오지 않는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통상 리스크 등 전방위적인 불안 요인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코로나 시기는 외부 활동이 제약돼 소비가 줄었다면, 지금은 심리적 불안이 소비를 억제하고 있다"며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소비 여력을 회복시켜야 내수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강병구 교수는 "계엄 사태 이후 정치·사회는 양극화됐고, 내수 부진 장기화와 미국 관세 전쟁이 겹치며 한국 경제는 위기를 맞있다"며 "결국 무너져 가는 내수 기반을 살리기 위해선 2차 추경 등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