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 다음 날…논란의 '의료급여 정률제' 예고, 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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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출범 다음 날…논란의 '의료급여 정률제' 예고, 왜 지금?

李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 입법예고
복지부 "정책 조율 과정 거친 것 뿐"
시민단체 "내각 구성 전, 의도 있어"

[나이스데이] 논란을 빚던 의료급여 정률제가 새정부 출범 직후 입법예고 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서둘러 처리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정부는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급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지난 5일부터 7월 15일까지 입법예고 중이다.

의료급여는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 4인 가구 기준 243만9109원 이하이면 선정 가능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행려환자, 이재민, 입양아동, 의사상자, 북한이탈주민, 국가유공자, 노숙인 등 타법적용자는 1종 수급권자이고 이를 제외한 수급자는 2종으로 적용된다.

1종 수급자의 경우 입원 진료 시 본인부담금이 없고 외래 진료시에는 의원급 1000원, 병원·종합병원은 1500원, 상급종합병원은 2000원의 정액을 낸다.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개정령안에는 정액제를 4~8% 정률제로 바꾸는 내용이 핵심 중 하나다. 지난해 6월 복지부가 이 같은 내용의 의료급여 본인부담 체계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시민단체 등에서는 빈곤층 의료비가 증가할 수 있다며 반대가 이어져왔다.

정부가 이 입법예고를 한 건 제21대 대통령 선거(대선) 이틀 후,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식을 가진 다음 날이다. 전 정부인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던 논란 많던 정책을 새정부 출범 직후에 밀어붙인 모양새가 돼 버린 것이다.

복지부는 입법예고 일정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책이란 게 여러가지 조율할 게 있기 때문에 그런 조정 과정을 거치다보니 지금 하게 된 것"이라며 "시점에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또 정액제를 정률제로 바꾼다고 해서 약자복지가 저해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정액제를 정률제로 바꿔도 91%의 의료급여 수급자는 본인부담이 인상되지 않는다. 실제로 인상되는 수급자는 7만3000명 정도인데 최대 인상폭은 약 6800원이다.

대신 정부는 수급자의 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 건강생활유지비를 기존 6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인상하고 본인부담 상한을 2만원으로 제한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개정 추진 배경으로 물가 상승과 합리적 의료 이용을 꼽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6월 브리핑을 통해 "의료급여 본인부담은 2007년 1종 수급자 외래 진료비 1000원에서 2000원, 약제비 500원으로 정해진 이후 17년간 변화 없이 유지됐다. 그간 물가, 진료비는 지속적으로 인상됐지만 의료급여 본인부담은 정액제로 운영해 실질 본인부담이 계속 하락하고 진료비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정률제 도입을 통해 수급자의 비용 의식을 높이고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새정부 출범 직후 내각이 구성되기 전에 이렇게 빠르게 입법예고를 한다는 건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는 "의료비 부담으로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미충족 의료 경험률은 66.2%로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2.7배나 높다"며 "의료비 부담을 더 높여 더 많은 치료 포기를 유도하는 것은 비인도적 처사"라고 말했다.

빈곤사회연대와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관련단체들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이재명 정부 면담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장차관 인선 전인 복지부가 아닌 대통령실과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법예고를 했다고 해서 꼭 그 내용 그대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입법예고 기간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했다.
뉴시스